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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많은 여느 포도품종과 마찬가지로 말벡도 프랑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말벡도 처음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레드 보르도 블렌드에 들어가는 여섯 개의 포도 중 하나였지만, 유독 다른 품종 사이에서도 튀는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말벡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남미에 진출하고 나서부터다.

1956년, 무시무시한 서리가 보르도를 뒤덮었다. 이 여파로 75%에 달하는 보르도의 농작물이 모두 죽어버렸다. 카호르 지역 외의 대부분의 포도원은 말벡을 제외하고 다시 포도를 심었다. 그렇게 프랑스에서는 말벡을 심는 곳이 점점 줄어든 반면, 아르헨티나는 1,800년대 중반에 들어온 말벡을 심기 시작하면서 그 빈자리를 메워갔다.

오늘날 아르헨티나에는 2억 제곱미터가 넘는 면적의 포도밭이 있다. 그중 대부분은 와인의 수도라고 불리는 안데스 산맥의 멘도사 지역에 걸쳐 있다. 물론 칠레나 미국, 북이탈리아, 뉴질랜드, 심지어 아스라엘 같은 다양한 나라에서도 말벡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멘도사의 장인들이 빚어내는 바이올렛 빛깔의 부드럽고 진한 와인에는 비할 수 없다.

이 와인이 맘에 든다면

Achaval-Ferrer Finca Bella Vista Malbec, 2013 – $115

흔히 말벡은 가성비 좋은 와인으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말벡도 얼마든지 진한 맛의 환상적인 와인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가 Achaval-Ferrer의 ‘Finca Bella Vista’다.

멘도사 곳곳의 오래된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일단 외관상으로도 아름다울뿐더러, 산지의 환경이 가진 장점들을 표현하기 좋게 만들어진다. 적은 수확량 탓에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말벡 스타일의 맛과 복합적인 향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돈이 아깝지 않다.

전형적인 말벡 스타일의 맛과 복합적인 향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돈이 아깝지 않다.

산딸기와 블루베리가 마치 춤을 추듯 자두향과 뒤섞이는 와중에 오향분과 초콜릿 향이 그 사이를 희미하게 뚫고 나온다. 진하고 향긋한 풍미와 함께 입 안 가득 전해지는 산미가 일품으로, 육류와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성비 좋은 대안들

가까운 곳에서 찾으려면: Achaval-Ferrer Mendoza Malbec, 2017 – $22


만약 와인 백과사전에서 말벡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를 직접 맛볼 수 있다면 바로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Achaval-Ferrer처럼 섬세하게 관리된 포도 산지에서 태어난 와인이다. 그런데도 맛과 향의 구성은 더 산뜻하고 은은하게 절제되어 있다. 평범한 날에도, 특별한 날에도 마시기에 좋은 와인이다.

특유의 과일 향을 좋아하는 진정한 말벡 팬이라면 분명 이 와인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페퍼와 커피향에 산미가 한층 가미된 이 보랏빛 와인은 Finca Bella Vista의 꽉 찬 바디감에 비해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유의 과일 향을 좋아하는 진정한 말벡 팬이라면 분명 이 와인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 더 먼 곳에서 찾으려면: Savage Grace Wines Dineen Vineyard Cot, 2017 – $26

Savage Grace는 가장 글로벌하면서도 현지의 맛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어필한다. 오너인 와인 메이커 Michael Savage는 2011년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하나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뤼너 펠트리너(Gruner Veltliner)에서부터 시라(Syrah), 그리고 말벡까지 카테고리를 대폭 넓혔다. Savage Grace에서는 말벡은 꼬(Cot)라고도 하는데, 이는 완벽한 올드 월드 스타일로의 회귀다.

무더운 아르헨티나가 아닌, 루아르 지방처럼 서늘한 기후의 말벡을 상상해보자.

당연하게도 Savage Grace는 올드 월드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무더운 아르헨티나가 아닌, 루아르 지방처럼 서늘한 기후의 말벡을 상상해보자. 가벼운 허브향의 아로마로 가득한 와인으로, 마시는 순간 말린 꽃향과 허브향, 그리고 블랙 페퍼향은 당신에게 익숙했던 자두향의 감각을 거의 지워버릴 수도 있다.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기대 이상의 우아한 향과 산미의 만족감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피노 누아르(Pinot Noirs)같이 가볍고 적당한 밸런스의 와인을 좋아한다면 Savage Grace 또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완전 먼 곳에서 찾으려면: Lagrezette Chevaliers de Lagrezette Malbec, 2013 – $25

물론 그 시작이 프랑스인만큼, 말벡을 두고 ‘완전히 먼 곳’이라고 표현한 것도 다소 아이러니에 가깝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에서도 말벡이 희귀해진 걸 보면, 이제는 이 표현이 어색하지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Alain Dominique Perrin과 그의 500년 된 부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카호르 지역은 오늘날의 말벡이 태어난 고향이다.

카호르 지역은 오늘날의 말벡이 태어난 고향이다. 이곳의 Château Chevaliers Lagrézette Malbec은 엄밀히 따지자면 세컨드 와인에 가까운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시하면 곤란하다. 비록 이 와이너리의 최고급 제품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자신의 몫은 하는 와인이다.

잘 익은 과일향으로 충실하게 구성된 이 와인은 지속적인 숙성을 통해 변한다. 85%의 말벡과 12%의 메를로, 그리고 3% 따나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색깔과 향은 꽤 자극적이다. 선명하지도 않고 약간은 가볍지만, 잔잔한 탄닌의 맛은 입안에 오랫토록 여운을 남긴다. 우아함과 집요함. 말벡을 설명할 때 우리가 떠올려야 할 단어들을 모두 이 와인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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