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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극혐하던 에디터의 BMW C650GT 롱텀 시승기
2023-02-21T18:50:30+09:00
C650GT

찌그러진 트랜스포머 같은 디자인을 감내하면서까지 이걸 결국 타게 만든 이유.

스쿠터는 간편하고 편리한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맥시스쿠터’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갖는다. 물론 기본적으로 쉬운 조작성의 메커니즘, 편리한 탑승 포지션 등은 이들 역시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빅스쿠터를 넘어 ‘맥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에서 짐작하듯, 육중한 차체와 중량은 분명 ‘동네 슈퍼를 가더라도 그 즉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탈것’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상대적으로 버리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는 법. 가벼운 활용성을 포기한 대신, 맥시스쿠터는 대형 모터사이클이나 매뉴얼 바이크에서나 허용되던 레저라는 목적성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고 왔다. 압도적인 사이즈의 차체, 장거리 주행에도 부족함 없는 출력, 넓은 수납공간과 편의 장비, 무엇보다도 탠덤자까지 편안한 승차감까지. 이 모든 것은 맥시스쿠터가 갖춘 아름다운 덕목이다.

미들급 2기통 스쿠터라는 좁은 선택지의 카테고리

스쿠터라는 장르 자체의 디자인을 전혀 용납할 수 없었던 내가 거짓말처럼 맥시스쿠터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탠덤 주행’의 비중이 높았던 나에게 이들이 선사하는 매력은 치명적이었다. 물론 탠덤이라는 것은 ‘골드윙’같은 플래그십 모델을 타면 한 방에 해결되는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웬만한 수입 자동차 이상의 가격을 호가하는 이 바이크를 선택할 수 없는 나에게 가장 현실적인 해답은 역시 맥시스쿠터였다.

그러나 이 카테고리, 특히 미들급 2기통 스쿠터는 굉장히 제한적인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스즈키의 버그만650이 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는 촌스러운 디자인은, 결국 스쿠터를 타기로 결심한 나조차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부감이 컸다. 아프릴리아 SRV850은 뛰어난 출력과 달리기 실력이 있었지만, ABS도 없었고 이탈리아 브랜드 특유의 어려운 유지관리 난이도가 발목을 잡았다. 야마하 T-MAX와 킴코 AK550은 탠덤 편의성이 부족했다. 결국, 나의 시선은 마지막 남은 선택지인 BMW C650GT로 향했다.

C650GT는 BMW 모토라드의 스쿠터 라인업인 C 시리즈 중에서 맏형 역할을 담당하는 모델이다. 뒤에 붙은 GT 이니셜은 바로 이 모터사이클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거대하고 편안한, 그러면서도 부족하지 않은 퍼포먼스로 투어를 완수한다는 목적을 가진 바이크다.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버그만650의 디자인이 너무 못났기에 상대적으로 나빠 보이지 않았던 것일 뿐, C650GT의 비주얼 역시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형상이었다. 아무리 디자인이 개인의 호불호가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라고 해도 C650GT는 쓸데없이 거대했고, 쓸데없이 각을 세워 잡았다. 마치 찌그러진 트랜스포머처럼. 그나마 BMW라는 엠블럼 후광 효과로 탄다는 다른 라이더들의 이야기를 자위 삼아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못생기고 뚱뚱한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을 뒤로 한 채, 큰 기대감 없이 시트 위에 앉았다. 805mm의 시트고가 분명 낮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랠리 바이크 마냥 감당 못 할 높이도 아니다. 그러나 좌우로 펑퍼짐하게 펼쳐진 널찍한 시트, 그리고 육중한 차체 덕분에 발 착지성은 대단히 부담스러웠다. 확실히 이 부분은 시내 주행에 있어서 마냥 편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260kg을 훌쩍 넘기는 무거운 중량과 한껏 벌크업을 한듯한 부피감도 부담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센터 스탠드로 바이크를 세울 때도 힘들고, 저속 주행이나 유턴 시에는 쓰러지지 않게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육중한 차량 무게 때문에 2013~2014년식 모델들은 사이드 스탠드로 장시간 세워두면 스탠드가 휘는 증상도 나타나곤 했다.

반전은 여기서 일어난다. 차량 하부에 자리한 육중한 엔진은 출발구간을 지나 스로틀을 감고 탄력이 붙을수록 점차 바닥으로 무게중심을 낮게 붙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무거운 중량은 단번에 장점으로 전환된다. 기우뚱거리던 차체는 고속주행에서 더욱 안정적인 무게중심을 확보하고, 램프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묵직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뛰어난 차체 강성으로 불안정한 롤 역시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반전을 선사하는 기대 이상의 운동성능

엔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C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BMW에서 설계했지만, 생산은 모두 대만의 킴코에서 OEM으로 만든 엔진을 쓴다. 그래서 혹자들은 C 시리즈를 놓고 ‘BMW 마크만 달아놓은 대만산 스쿠터’라는 혹평을 던지기도 한다. 허나 대만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스쿠터 강국이며, 킴코나 SYM 같은 브랜드들은 이미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지 오래다. 따라서 터무니없는 의심은 접어두어도 좋을 것이다.

C650GT와 C650S 모두 파워트레인은 647cc의 병렬 2기통에 CVT의 조합으로 구동된다. 엔진의 회전 질감이나 필링, 사운드는 모두 거칠고 걸걸한 맛을 낸다. 보통의 스쿠터들이 갖는 조용한 느낌, 혹은 T-MAX처럼 부드럽고 스포티한 반응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평소에 브이트윈 엔진의 아메리칸 크루저나 클래식 바이크에 익숙한 라이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저속에서 거칠면서도 고동감 있게 감아 나가는 엔진 질감은 확실히 차별화되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60마력이 넘는 출력과 66Nm의 최대토크도 인상적이다. 무거운 차체, 미들급 스쿠터라는 플랫폼의 한계를 생각하면 이는 상당한 수치다. 핵심은 이 수치가 단지 페이퍼 스펙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주행에서도 기대 이상의 운동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다소 굼뜬 초반 스타트 구간을 지나면 중속 구간부터 엄청난 탄력을 받기 시작하는데, 100km/h가 지나고 ‘계기판의 바늘이 굼떠지겠거니’ 싶은 시점에도 거침이 없이 올라간다. 7,500rpm에서 최고출력을 내는 세팅답게 고회전 영역으로 갈수록 더욱 멋진 실력을 드러낸다. 클러치가 없는 스쿠터임에도, 계기판 상 최고속인 180km/h를 찍는 것이 너무나 손쉬울 정도다.

실제로 그동안 미들급 맥시 스쿠터 중에서 스포츠성은 T-MAX, 안락함은 C650GT라는 개념이 화석처럼 굳어져 왔다. 하지만 실제로 둘을 같이 놓고 드래그레이스를 해보고, 중반 이후의 가속 성능을 비교해봐도 결과는 C650GT의 압승이었다. 이는 결국 배기량의 차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부분’임을 의미한다.

경쟁자가 없는 동급 최강의 편의성

장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주파하는 ‘GT’의 콘셉트는 이미 BMW가 사륜차에서부터 꾸준히 정립해온 장기 분야 중 하나다. 이 GT의 노하우를 BMW는 이륜차에서, 그것도 스쿠터라는 플랫폼에서 이를 구현해냈다. 특히 운전자도 그렇지만, 동승자석의 편의성은 동급 모터사이클에서 경쟁자의 도전을 일절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안락하며, 또 완벽하다.

일단 동승자석의 시트는 쿠션감도 뛰어나고, 면적 자체도 운전자석보다 더 넓다. 실제로 몇 달 전 왕복 350km의 장시간 주행을 했음에도, 당시 탠덤했던 여성 동승자에게 엉덩이로 누적되는 피로도는 전혀 없었다. 순정으로 장착된 탠덤 그립의 강성과 안정성도 합격점을 받았다. 발판 역시 바 형태의 스텝이 아닌 플랫한 스텝보드를 적용해 편하고 자연스러운 각도의 발 공간을 확보한다.

화룡점정은 히팅 시트 기능이다. 뒷자리에도 2단계 열선을 적용한 점이 놀랍다. 실제 난방 효과도 대단히 크고, 동승자가 개별적으로 자신의 시트 열선 조작을 직접 할 수 있게 버튼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탠덤 주행을 기본으로 상정하고 개발된 C650GT의 편의성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물론 운전자석의 히팅 그립과 시트, 풀페이스 헬멧이 2개가 들어가고도 여유가 있는 광활한 트렁크 공간, 전동 조절식 윈드스크린, 조정 가능한 3단계 등받이, TPMS도 모두 기본으로 충실하게 갖추고 있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도록 한다.

방어운전을 부르는 브레이크

단점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터. 분명 C650GT에도 도드라지는 문제가 몇 개 있다. 첫 번째는 초기 모델에서 보이던 엔진 결함이다. 캠체인 텐셔너 결함으로 인해 소음이 발생하고, 이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엔진을 내려야 하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이 문제는 이후 2016년식 모델부터 유압식 텐셔너로 해당 부품이 전면 교체되었고, 이전 모델들은 모두 무상 리콜 조치에 들어갔다. 다행히 유압식 텐셔너로 바뀌면서 중대한 문제가 터진 사례는 없다.

결함 외에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브레이크 성능이다. 그동안 모터사이클 업계에서 BMW의 브랜드 컬러를 상징하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칼같이 꽂히는 브레이킹이었다. 비교적 엔트리급 모델에도 브렘보 브레이크를 아낌없이 쓴 덕분이다. 하지만 C650GT에는 그만큼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캘리퍼야 그렇다고 쳐도, 일단 브레이크는 스펙으로 드러난 수치보다도 제동력이 더 아쉽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전·후륜 모두 270mm 디스크에 2 피스톤이며, 특히 전륜은 더블 디스크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조금 더 빠른 브레이킹이 필요하다. 심지어 레버도 뻑뻑하다. 이 부분은 브레이크 자체의 성능도 그렇지만, 고중량이라는 차량 특성으로 인한 밀림이 크다고 볼 수 있다. ABS의 개입 시점도 한 템포 아쉬운 감이 있다.

게다가 C650GT는 무엇보다도 탠덤 주행이라는 경우의 수가 많은 바이크다. 따라서 뒤에 누구를 태운다면 평소보다 훨씬 더 안전한 주행과 브레이킹에 신경 써야 한다. 물론 알아서 방어운전 스탠스를 취하게 된다는 안전운전 측면은 굳이 장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C650 시리즈를 보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C650GT는 너무나도 장점이 많고 확실한 바이크다. 육중한 차체에서 오는 주행 안정성, 예상을 웃도는 운동성능, 공도 위에서의 존재감, 뛰어난 편의 장비와 거주성 등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이 메리트들은 결국 개인의 취향을 굽혀가면서까지 이 차량을 선택하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아쉽게도 이 C650 시리즈는 올해를 끝으로 단종 수순을 밟는다. 그 빈자리는 중국산 엔진을 달고 출시되고 있는 C400 시리즈가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쿼터급 단기통 빅스쿠터가 미들급 2기통 맥시스쿠터의 대체자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분명 잘 만든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모델의 텐셔너 관련 이슈가 있었고, 이로 인해 대만산 킴코 제작 엔진에 대한 편견이 덧씌워진 부분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그 마지막 불꽃을 다해가는 C650 시리즈의 퇴장에 못내 미련이 남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