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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와 갤럭시 폴드, 너무 서둘렀나?
2023-02-21T16:50:01+09:00

2등은 잊힌다지만, 모든 1등을 기억하지도 않는다.

문제가 생겼다. 지난 4월 3일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시작한 5G 네트워크와 4월 26일 출시 예정이었던 갤럭시 폴드 말이다. 미국 버라이즌이 불을 지른 5G,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회사가 상용화 일정을 갑자기 앞당겼고 그에 맞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한국 이통 3사는 밤 11시에 5G 네트워크 가입자 개통이라는 강수를 뒀다. 세계 최초까지는 좋았는데, 처음부터 네트워크 품질 문제가 생겼다. 급기야 사람들은 잘되던 LTE마저 느려졌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출시 전 리뷰를 하던 기자와 유튜버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화면 보호필름처럼 보이는 필름을 떼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화면 이상이 생겼으며, 이물질이 쉽게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이를 강하게 부정하던 삼성전자는 문제를 인정하고, 공식 출시 연기 후 제품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를 틈 타 화웨이는 자사 폴더블폰 메이트X를 7월에 출시할 것이라 못 박았다.

너무 서둘렀던 걸까? 장밋빛 미래를 보여 주리라 믿었던 기술과 기기가 도약을 시작하자마자 자기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한국 언론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서둘러 보여 주고 싶었던 정부의 재촉으로 5G 네트워크가 이런 상황에 놓였다고 난타한다. 미국 언론은 삼성이 소비자를 베타 테스터로 만들고 있다고 두들긴다. 미국 시장을 우선한 전략은 물론 리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안이하게 대응한 방식까지 입방아에 올랐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까?

5G 세계 최초 타이틀이 중요할까? 알 수 없다. 아주 오래전 삼성그룹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다만 모든 1등을 기억하지도 않는다. 지난 2009년 5월, 북유럽에서 세계 최초 LTE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누가 알고 있을까? 5G도 마찬가지다. 물론 두 가지 성과는 거뒀다. 한국은 ‘세계 최초’ 해프닝을 터트리며 소비자들에게 5G를 알렸다. 관계자만 신경 쓰던 5G가 갑자기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으니까. 미국 이통사는 5G가 ‘국가 간 경쟁’이란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결국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원하던 것을 대부분 약속받았다.

성과는 있었지만, 얽히고설킨 욕망은 조금 보기 흉했다.

정말 정부의 욕심이 개입된 걸까? 맞다. 지난 4월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전략’을 발표하고, 실감 콘텐츠,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등 5개 서비스와 차세대 스마트폰, 드론, 로봇 등 10개 산업 분야를 중점 육성해 2026년까지 일자리 60만 개를 새로 만들고 수출 약 83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빨리 발굴하겠다는 욕심에 조금 이른 시동을 걸었다. 이해는 한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 초고속통신망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않았다면, 우린 이렇게 빠른 인터넷 환경을 갖추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마감일을 정해놓고 일을 독촉한 바람에 5G 기지국은 부족하고, 네트워크 안정화도 덜 됐다. 망 구축에 대한 투자도 생각보다 적었으며, 필요한 장비도 제때 공급되지 않았다. ‘달리면서 생각하자’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니 이런 시작이 가능했지만, 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겼다. 이통사는 이 판국에도 홍보를 자제하지 못했다. 고액 납부자들이 움직이니 말이다.

알다시피 5G 대란은 불법 보조금 덕분에 발생했다. 출고가 139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30만 원대에 살 수 있다는 이야기에 시장이 들썩거렸다. 5G 요금제가 75,000원 이상 비싼 요금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상위 10%에 해당하는 통신사 VIP 고객 15만 명이 움직인 셈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사용자가 증가하니 네트워크 문제도 늘어나고, 이를 수리하다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통신사 대리점과 고객센터는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삼성전자도 욕심을 부렸다. 미국은 4G, 한국은 5G로 출시되니 한국 출시가 늦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행사 당일에도 기자들이 만져볼 수 없었던 폰을 굳이 서둘러 내놓을 이유가 있었을까? 새로운 폼팩터를 가진 기기를 내놓으면서 더 많은 테스트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가전기기 분야에서 채택한 초프리미엄 전략을 스마트폰 사업에도 가져오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는 ‘도구‘다. 도구의 소임은 튼튼하게 이용자가 하려는 작업을 문제없이 처리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는 ‘도구‘다. 도구의 소임은 튼튼하게 이용자가 하려는 작업을 문제없이 처리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시작된 LTE 서비스는 2013년이 돼서야 불편이 줄었다. 기지국 문제와 데이터, 통화 품질 문제가 있었고, 초반에는 수도권에서만 사용 가능했다. 2012년경 가입한 고객은 대부분 스마트폰 보조금을 따라 움직였다. LTE 요금은 엘지유플러스가 경쟁적 요금제를 내놓은 다음에야 내려갔다. 당시 5.3인치 대화면을 가진 갤럭시 노트가 처음 출시될 때도 이렇게 큰 스마트폰을 누가 쓰겠냐고 비웃었다.

지금 다시 보면 웃기는 상황이 한둘이 아니었다.

가장 빨리 시작한다고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LTE는 폭증하는 데이터 소비량을 감당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다. 5G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시장에 빨리 뛰어들었으니 그만큼 시행착오를 미리 겪고,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3~4인치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드물다. 인터넷의 중심은 동영상으로 옮겨갔고, 모바일 쇼핑, 배달 서비스 등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 등 모든 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시대가 됐다. 이렇듯 새로운 네트워크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다른 사업을 키우고, 우린 다른 기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네트워크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다른 사업을 키우고, 우린 다른 기기가 필요하다.

그런 변화에 조금 일찍 발을 들였다. 백만 년 전 인기 애니메이션 ‘개구리 소년 왕눈이’ 주제가처럼,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말해주고 싶다. 이런 변화가 일어야 우리가 먹고살 기회도 생기니까. 그렇다고 지금 당장 5G 서비스에 가입할 필요는 절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