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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적 없던 탁한 빛깔의 유혹, 헤이지 맥주의 세계로 오라
2023-02-21T18:48:20+09:00

오늘 밤, 목이 깔깔하다면 필터 거치지 않은 풀바디 맥주에 입문하자.

당신이 아직 헤이지 맥주(hazy beer)에 대해 잘 모른다면, 누군가가 이를 권했을 때 당황할 수도 있다. 오렌지 주스도 아니면서 탁한 색깔은 내고 있으니까.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이 맛, 묵직한 바디감과 달콤한 효모가 어우러져 짐작보다 훌륭한 풍미로 당신을 유혹할 준비를 마쳤다.

내 취향은 풀바디 맥주

오렌지 주스를 예로 들어보자. 시중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오렌지 주스가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구매기준은 펄프의 유무다. 누구는 펄프 특유의 질감을 싫어할 수 있고, 다른 누구는 펄프가 더 풍부한 맛을 준다고 말한다. 헤이즈 맥주의 탁함도 마찬가지다.

헤이지 비어에는 다른 맥주에서는 필터링 과정에서 없어지는 미립자들이 있어 맥주의 바디감과 맛을 더해준다. 필터링은 물론 저온 살균을 거치지 않은 채 병에 담기기 때문에 진하고 과일 향도 강하다. 그래서 IPA 느낌이 나며 미립자들이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을 내 구미를 당긴다.

단순 실수냐, 치밀한 계산이냐

수제맥주 양조업자들이 일부러 헤이즈를 만들기 위해서 의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은 양조업자들이 가장 향이 풍부하고 홉이 진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 그 미립자들을 남겨놓아서 생기는 것이다. 우선 헤이즈가 생기는 이유들에 대해 알아보자. 

  • 효모: 양뿐만 아니라 종류도 중요하다. 과일향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종류의 효모들이 더 탁한 헤이즈를 만든다.
  • 콜로이드성 헤이즈: 단백질과 페놀이 결합하여 생기는 분자가 액체에 떠다니는 현상이다.
  • 온도: 어떤 맥주들은 32°F(=0℃)에서 헤이즈를 관찰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헤이즈가 사라진다.
  • 홉을 나중에 추가할 때: 양조업자들은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통 때와 달리 홉을 나중에 투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홉의 쓴맛을 만드는 알파산을 활성화시키지 않고 향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 펙틴이 추가된 사과소스, 밀배아, 밀가루 등과 같은 다양한 첨가물이 이를 생성한다.

헤이지 비어가 인기를 끄는 만큼 여러 기업들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열의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양조업자들이 지름길을 택할 때 발생한다. 단순히 헤이즈만을 위해 IPA를 탁하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면 발전이 없다. 그것은 그저 헤이즈 트렌드에 올라타기 위한 일종의 퇴보일 뿐이다.

헤이지 비어를 싫어하는 사람들

양조업계의 전통 고수파, 혁신 추구파 사이에서 헤이지 맥주는 뜨거운 감자다. 이 비어는 90년대 중반에 존 키미히(John Kimmich)와 그의 파트너 그렉 눈(Greg Noon)이 버몬트 펍 앤 브루어리(Vermont Pub & Brewery) 양조장에서 헤이지 IPA를 만들 때부터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그들의 헤이지 IPA는 투명한 맥주만을 추구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 맥주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통과는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불투명하고 다듬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이 설령 헤이즈가 비교적 덜한 헤페바이젠이라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여기에는 실력도 없는 자들이 맛이 아니라 외양에만 치중해 수준 낮은 헤이지 비어를 만들어내는 이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노도 어느정도 서려 있다. 

헤이지 비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도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 허나 일부 썩은 부분 때문에 전체를 버릴 수 없는 없다. 그래서 준비한 제대로된 헤이지 맥주를 고르는 방법이다. 

맛 좋은 헤이지 맥주를 고르는

1. 용어를 기억하자. ‘헤이지(hazy)’, ‘헤이즈(haze)’, ‘쥬시(juicy)’라는 단어들이 보이면 헤이지 비어를 가리키는 것이다.

2. 레이블 보다는 양조장을 기준으로 선택하자. 팝업으로 6개 1팩 묶음으로 파는 헤이지 비어 대신 양조장 버전을 추천한다. 물론 팝업 헤이지 비어들 중에서도 훌륭한 맛이 있고, 유명한 양조장이라고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과 숙련도를 무시할 순 없으니 실패의 확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명성에 기대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3.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고르자. 예전에는 일부러 맥주를 탁하게 만들기 위해 밀배아, 밀가루를 넣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면, 몇몇 양조장들은 이런 자신만의 아방가르드한 재료 구성에 자부심이 있다.

펜실베이니아의 타이어드 핸즈 브루잉(Tired Hands Brewing)의 밀크쉐이크 IPA는 락토스, 밀가루, 그린 애플 퓌레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맥주에 대한 모독이라고? 누구에게 묻는지에 따라 그 대답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 반대하기 전에 타이어드 핸즈의 밀크쉐이크 IPA가 거의 모든 맥주 리뷰 사이트에서 매우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4. 다른 맥주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헤이지 비어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도해 보기 전에는 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dited by 정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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