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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에서 살아남는 7가지 방법
2023-02-22T19:27:32+09:00

이건 투자자의 권리이자, 합리적인 의심이다.

꿈과 희망이 넘쳐흐르는 보물섬 같았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는, 괴짜들에게는 새롭고 신기한 물건을 찾을 수 있는 별천지다. 관련 사이트는 인터넷 붐을 등에 업고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했지만, 2012년쯤부터 재미있는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린 것도 바로 그때부터다.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이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국내에도 비슷한 사이트들이 속속 생겨났다. 이 결과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334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세계은행은 2020년, 900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하리라 예측한다. 2018년 한국 ‘와디즈’ 사이트 한 곳에서 진행된 펀딩 건수가 3,500여 개, 금액은 무려 601억 원에 달한다.

다루는 영역도 공연, 기부, 투자, 신제품 등 다양하며, 2천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모은 프로젝트도 탄생했다. 아울러 소니나 파나소닉 같은 대기업도 신규 프로젝트 홍보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필자 또한 어느새 1년에 10여 개 제품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지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니 잠깐, 했던 이야기를 정정하자. 크라우드 펀딩은 지르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 물건을 ‘산다’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투자나 기부의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그 대가로 제품이 완성되면 보상(리워드)을 받을 뿐. 십시일반이라는 말처럼,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돈을 조금씩 모으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의 기본이다.

돈을 모아 기부와 후원을 하거나, 자금을 대주고 보상을 받거나, 빌려주거나, 대출이나 주식을 대신 받는 등 쓰임새는 다양하지만 구조는 같다. 다시 말해, 투자자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홍보와 다른 형편없는 물건을 받거나, 아예 리워드를 받지 못한다고 해도, 온전히 당신과 내 책임이란 말이다.

보물섬에는 꿈과 희망만 있지 않다. 해적과 사기꾼, 양아치, 거짓 예언자, 그럴듯한 몽상가도 함께 자리한다. 아무리 신중하게 투자를 했다 한들 물건을 받아 보면 소개되었던 제품이 맞나 싶기도 하고, 약속된 기한이 이미 몇 개월이나 지났는데 소식이 없는 경우도 다반사. 이럴 땐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게 된다. 필자의 경험이다. 작년에 투자한 10개 제품 가운데 7개는 그저 그랬으며, 출시일 연기는 이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2013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펀딩에 성공한 기업 가운데 75%가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생각과 다른 경우도 많다. 제품을 제대로 만드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환불이나 AS는 당연히 어렵고, 아예 물건을 보내지 않는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고펀드미’ 사이트에서 노숙자를 돕는다며 기금을 모아 자기들이 여행한 사기도 적발됐다.

2013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펀딩에 성공한 기업 가운데 75%가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신기한 물건을 사는 것이 좋고, 크라우드 펀딩을 사랑하는 이라도 돈을 잃거나 시간과 노력이 허투루 쓰이길 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위험을 줄이고 싶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여러 가지 난감한 상황도 있었지만 어쨌든 한 건도 실패하지 않고 모든 제품을 수령한 필자만의 노하우를 공개해본다.

너무 좋은 제품은 피해라

물속에서 숨 쉴 수 있게, 인공 아가미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성공한다면 아마 인류 역사의 0.1%를 다시 썼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사기였다. ‘이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거르자. 성공한 다음에 사도 늦지 않다. 강렬한 끌림이 오는 제품이라면 속으로 이렇게 속삭여라. “원래 첫 번째 나오는 제품은 거르는 법이야”라고.

프로토타입을 확인하라

많은 사기극 때문에 최근 프로젝트들은 어느 정도 프로토타입이 갖춰진 상태(홍보 영상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시제품)에서 올라오곤 한다. 그러니 불안하다면 최소한 프로토타입 정도는 나와 있는 프로젝트를 택하자. 제품을 잘 모르겠다면 캠페인 진행이 두 번째인 회사를 고르면 된다.

알리익스프레스를 검색하라

중국 제품을 세계로 판매하는 알리익스프레스라는 온라인 오픈 마켓이 있다. 눈에 띄는 제품을 발견했다면, 혹시 비슷한 제품이 없는지 확인해 보길 권한다. 가끔 남이 만든 제품에 다른 이름을 붙인 후 근사한 홍보 영상을 찍어 자기가 개발한 양 팔아먹으려는 회사가 있으니 말이다.

질문을 자주 하자

궁금한 것이 있다면 꼭, 무조건, 투자하기 전에 캠페인 게시판에 먼저 질문하자. 답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답변자의 태도다. 질문에 응답하지 않거나 모호하게 말하는 사람은 걸러도 좋다. 덧붙여 캠페인 진행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를 잘 하지 않는 프로젝트도 사뿐히 넘어가자.

회사의 정체를 파헤치자

회사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이 있다면 반드시 확인하자. 정체가 모호하다면, 펀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홍보 영상은 외국인이 찍었지만, 중국 기업인 경우도 많으니 주의 깊게 볼 것.

기다림의 미학을 발휘하라

한국 회사에서 해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올린 제품이라면 기다리자. 투자에 성공하거나 멀쩡한 제품일 경우, 십중팔구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도 소개될 테니.

신뢰도 높은 나라를 주목하자

일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는 신뢰도가 높다. 자격 심사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좋아하는 색다른 제품이 적고, 디자인이나 한 가지 아이디어에 치중한 경우가 많으며,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아울러 한국으로 바로 배송받기도 힘들다.

제품 소개에 ‘혁신적인’, ‘지구를 위해’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면 로저 로젠블라트가 쓴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에 나온 이 한 문장을 기억하길 바란다.

“거창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 들리면 당장 도망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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