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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Call of Duty: Modern Warfare) 리뷰
2023-02-22T18:40:02+09:00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Call of Duty: Modern Warfare) 리뷰

무릎 꿇고 경배하자, 현대전 FPS의 제왕이 8년만에 돌아왔으니.

체르노빌에 침투하고 굴라그를 탈출하며 겪었던 위대한 전투를 되새겨보자. 마우스를 잡은 손이 부르르 떨리고, 머리에서 식은 땀을 흘려가며 치렀던 그 격전을. 현대전 FPS의 역사를 새로 썼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8년 만에 다시 게이머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10월 25일 발매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는 우리가 즐겼던 트릴로지와는 관련 없는 리부트다. 게임성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하지만 걱정은 접어두자. 이 작품은 우리가 사랑했던 ‘모던 워페어’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까.

스릴 넘치는 전장 대신 자리한 충격과 공포의 현장

이번 리부트는 원작과 달라진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스릴 넘치는 전장을 구현하며 박진감 넘치는 연출을 통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더욱 현실적인 전장을 선보이며 어두운 스토리를 내세웠다. 당연히 연출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변화를 맞이했다.

테러에 희생당하는 시민들, 점령군의 대량 학살을 피해 도망치는 소년과 소녀. 게이머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던 ‘No Russian’ 미션은 한수 접어줄 정도로 아비규환이 가득하다. 긴장감 넘치는 미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참혹한 전쟁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의 묘사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혹자들은 스릴 넘치는 연출의 부재로 게임이 퇴보했다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본작이 어두운 스토리를 생각하면 꽤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환상적인 전투, 그리고 평면적인 스토리의 아쉬움

연출의 방향성만 달라졌을 뿐, 싱글 플레이는 대단히 재미있다. 스케일이 축소된 탓인지, 항공기의 공중 지원이나 MBT(주력 전차)와의 협동 전투는 손에 꼽을 정도. 하지만 시리즈 특유의 스피디한 전투는 여전히 격한 재미를 선사한다.

세대를 거치며 절정에 다다른 현장감 또한 환상적이다. 특히 게이머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맥 빠진 총기 격발음이 개선되었다. 이것만으로도 타격감이 크게 좋아졌는데, 꽤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시리즈 특유의 스피디한 전투는 여전히 격한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눈에 있다. ‘적은 악랄하고 아군은 정의롭다’라는 평면적인 스토리에서 벗어나는 데는 실패한 것. 여기에 존재감이 없는 악역은 그 아쉬움을 더욱 크게 만든다.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가졌다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뻔하지만, 그래도 기대할 수밖에 없는 무수한 떡밥들

‘폭풍 전야’. 본 게임의 싱글플레이 스토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 겪는 사건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떡밥은 본작 전체에 걸쳐 노골적으로 드러나있다. 게이머들을 기어코 시리즈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제작진들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한가지. 우리가 반가워 할만한 존재들은 싱글플레이 마지막에 가서야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쯤 되면 기대감을 넘어 당장 다음 작품을 내놓으라고 제작진을 협박하고 싶을 정도다. 그만큼 이 게임의 싱글플레이는 재미있고,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도 충분하다.

멀티플레이? 이건 고쳐야 할 것 같은데

호평을 받을만한 싱글플레이와는 반대로 멀티플레이는 부족함이 눈에 띈다. TTK(사살에 걸리는 시간)가 짧아 총 몇 발 맞으면 금방 사망하는 캐릭터와 캠핑하기 좋은 장소가 곳곳에 산재한 맵 디자인의 시너지 효과로 어딜 가나 캠퍼가 판을 친다. 설상가상으로 무기거치를 지원하고, 거리에 따른 발소리의 차이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시스템은 이 같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이쯤 되면 ‘제작진이 캠핑을 독려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 빠른 돌격전을 선호하며 무쌍을 펼치는 한국 유저들에겐 다소 불리할 수밖에 없다. 기껏 잘 만들어 놓은 게임이 밸런스 문제로 속을 썩이니,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실망감을 안겨준다.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이 시급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로컬라이징은 합격

블리자드가 한글판을 유통한 덕분일까. 로컬라이징은 상당히 잘 되어 있다. 과격한 육두문자마저 화끈하게 한글화된 것은 ‘콜 오브 듀티: 월드 앳 워’ 이후로 꽤 오랜만이다. 또한, 일전에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는 성우의 연기가 어색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 인게임에서는 주인공을 포함한 주연들의 연기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너무 기합이 들어갔는지, 흐름이 끊기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이 농담을 던질 때 ‘영어로 하면 웃겼겠지만, 한글로 하니까 재미가 없다’라고 받아치는 부분이 그렇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플레이어에게는 게임의 몰입감을 해치며 김이 확 빠지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주연들과 달리 조연들의 연기는 다소 어색한 점도 조금 아쉽다.

충분히 명작의 반열에 오를 만한 작품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는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환상적인 싱글플레이의 완성도는 시리즈의 명성을 계속 이어나가는 데에 부족함이 없지만, 멀티 플레이는 다소 개선이 필요하다. 게다가 PC판 한정으로는 컷 신에 문제가 있는 등, 각종 오류 또한 게이머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요소다. 비록 업데이트로 해결은 가능하겠지만, 당장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 문제는 본작의 기본적인 재미에 크게 흠집을 내지는 못한다. 무엇보다도 서서히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던 모던 워페어 프랜차이즈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 기세를 틈타 후속작 또한 쭉쭉 선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