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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들의 플레이리스트: 밸런타인데이 강제 보이콧 송 9곡
2023-02-21T15:23:15+09:00

내년엔 다를 것 같지? 여러분, 안 생겨요.

아닌 척 해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당신이 ‘혹시라도 누군가가 나에게 초콜릿 한 줌 건네지 않을까?’ 같은 일말의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는 것을. 안타깝지만 그 헛된 망상, 이제는 깔끔하게 접자. 연간 숙박업소 최고의 호황기인 이 밸런타인데이에 그런 기적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터. 대신 다 같이 망하자는 염원을 담아,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보는 마음으로 노래 한 곡조 띄워본다. 적어도 솔로의 정신건강에는 이로울 거다.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1.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망한나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띄어쓰기도 자비도 없어 보이는 이 밴드의 이름은 이렇게 기억하면 쉽다. 옛날 남자, 옛날 여자가 스텔라를 탄다. 우스갯소리가 아니고 정말 이 의미다. 밸런타인데이를 무력화시켜 줄 ‘망한나라’는 작년 6월 발매된 4집 ‘모래내판타지’ 앨범에 담긴 노래. 재개발 여파로 사위어 가는 모래내 시장 풍경과 구남밴드가 와해되는 과정, 그 정서를 담아냈다.

웃음꽃이 불필요하게 만개하는 오늘, 이 노래를 틀자. 행복 질량의 법칙, 우리가 맞추지 누가 맞추나. 곡의 앞부분 ‘아~’를 따라부르는 척 울어도 감쪽같고, 의욕 따위 개나 줘버린 듯한 조웅의 목소리에 기대 마음의 안정을 취해도 좋다. 노래의 물성이 느껴지는 뮤비 재생도 필수. 1분 55초에 터지는 현웃도 관전 포인트다. 근데 이 영상, 이렇게 힙할 일이야?

Track 02. 나인 – 내가 잠에 들면 깨우지 마세요

너희들만의 잔치를 파괴할 기력이 없다면, 내가 피한다. 현실 도피처로 가장 가성비 좋은 곳은 바로 꿈나라. 역류성 식도염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포식 후 눈을 감자. 시야가 흐릿해지고, TV 소리가 아득해지면 값비싼 비행기표 없이도 낯선 곳에 닿은 이방인이 될 수 있다. 이 노래는 디어클라우드 보컬 나인의 솔로 곡으로 오늘 저녁, 당신의 마음에 날아들 심정을 대변한다.

‘그대여 내가 죽은 것처럼 보여도 나를 흔들어 깨울 생각은 말아요.’ 그런데 문득, 생에 대한 의지가 솟구치며 미동 없을 시 코밑에 손 한 번 대봐 달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곡. 악착같은 삶의 의지를 보았으니, 내일의 해를 맞으며 다시 살자. 

Track 03. 심수봉 – 개여울

https://youtu.be/Omm1uhJc2fg

심수봉의 노을 같은 쓸쓸한 목소리가 마음에 자국을 남기는 이 노래의 가사는 김소월의 동명 시 ‘개여울’로 쓰였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때, 개울가에 혼자 앉아 시간의 먹먹함을 견디는 당신의 등을 토닥인다. 물가는 추우니까, 작년 이맘때 행복했던 자신의 모습 혹은 지나간 옛 여인 생각일랑 뜨듯한 전기장판 위에서 하자.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4. Cannibal Corpse – Hammer Smashed Face

물론 카니발 콥스의 그 어떠한 노래를 가져다 놓아도 뜨거운 불지옥의 맛을 선사할 수 있다. 그래도 기왕 고른다면 이들의 최대 히트곡으로 바치는 게 인지상정. 데스메탈의 영원한 바이블인 이들의 세 번째 앨범 <Tomb of Mutilated>에 수록된, 제목부터 화끈한 이 곡을 얄미운 커플들에게 사하자.

(영상은 후임 보컬인 조지 피셔지만) 초대 보컬이었던 크리스 반즈의 하수구 물 빠지는 듯한 그로울링도 일품이고, 알렉스 웹스터가 보여주는 감각적인 베이스 라인이 의외의 충격을 선사한다. 참고로 영화배우 짐 캐리가 이들의 광팬으로도 유명한데, 그 증거는 1994년 영화 ‘에이스 벤츄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Track 05. 크라잉넛 – 다죽자

조선 펑크의 전설이자 살아있는 화석, 크라잉넛의 명반 <서커스 매직 유랑단>의 수록곡. 1999년이라는 세기말 배경이 혈기왕성한 시절 이들의 똘기와 만나 엄청난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21세기가 되고 발매한 세 번째 정규작 <하수연가>부터 음악적 노선의 궤도를 틀었기에, 이 앨범이 가진 날 것의 질감이 더욱 더 고맙게 느껴진다. 그러니깐 결론은 너네 다 망해라. “모두 추락해서 지구를 박살내자”라는 노랫말처럼.

Track 06. Overkill – Fxxx You

굳이 입 아프게 설명을 해서 무엇하랴. 돌직구 같은 제목과 앨범 커버 디자인이 솔로들의 구구절절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줄 터. 스래쉬 메탈 밴드 오버킬의 40년이 다 되어가는 고전이지만, 클래식은 시대가 지나도 빛나는 법이다. DD 버니의 날 선 베이스와 바비 엘스워즈의 독기 품은 목소리를 빌미로 우리도 한 마디씩 외쳐보자. “Fxxx You”

Track 07. 유병재 – 니 여자친구

분명히 커플 파괴송이라고 했는데 제목부터 ‘니 여자친구’라니. 이게 무슨 망발인가 싶을 거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를 부디 끝까지 시청하길. 후렴구가 터지고 나면 이 노래를 왜 여기에 끼워 넣었는지 수긍하게 된다. 영화 식스센스 이후로 역대급 반전이 기다린다. 또한 뜨기 전 유병재의 파릇파릇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색다른 포인트. SNL 극한직업에서 보여준 그의 미칠 듯한 연기력은 사실 이 시절부터 이미 완성형이었다.


에디터 신원의 추천곡

Track 08. 원헌드레드 – 솔로 마스터

멜로디는 명랑하고 목소리엔 당당함이 넘치며 가사는 재밌다. 그러나 계속 듣다 보면 이 밝은 선율 속에 씁쓸한 뒷맛이 차오르더니, 웃으면서 눈물을 흘리게 된다. ‘너보다 귀한 것도 나 자신. 옥상에서 소리쳐 솔로 마스터.’ 차라리 욕을 하지, 왜 저렇게 파이팅 넘치는지. 가사에 공감하는 스스로를 부정하지만, 한편으론 위로받는 아이러니 속에서 조금은 덜 외로운 밤이 어서 지나가기를. 

Track 09. 백아연 – 넘어져라

주변은 다 연애하는데 나만 솔로인 건 참을 수 없다. 혼자가 되면 잘되는 커플도 다 갈라졌으면 하는 못된 심보, 나만의 것은 아니었나 보다. 특히 헤어진 연인이 나보다 더 먼저 커플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좋아하던 사람이 딴 사람이랑 사귄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응급처치하기 좋은 노래. 그래, 언젠가 꿀 떨어지는 그 날이 오면 이 저주도 덕담으로 바뀌게 될 게다. 그때까지만 기다려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