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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연봉 협상, 자존심 지키기와 간절함 사이
2023-02-23T17:17:01+09:00
스토브리그 연봉 협상, 자존심 지키기와 간절함 사이

FA 시장만큼 찬 바람 쌩쌩 부는 연봉 협상 테이블.

최근 스토브리그 연봉 협상이 이슈다.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로 난항을 겪는 팀들이 속출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와 함께 새 시작을 알리는 시즌이건만, 아직도 구단과 선수의 ‘밀당(밀고 당기기)’은 현재진행형이다. 선수들은 자존심 지키기와 간절함 사이에 놓여있다.

지갑 닫은 구단들, 평행선 달리는 연봉 협상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도 강력한 한파가 닥쳤듯이 연봉 협상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2020년 FA 시장에서는 대어급 선수가 없기도 했지만, 팀을 옮긴 선수는 KIA에서 롯데로 이적한 안치홍이 유일했다.

덕분에 최근 구단들의 움직임도 바뀌었다. 경기 침체로 인한 구단 모기업이 지갑을 닫으면서, 통 큰 투자를 위한 오버 페이가 아닌 효율적인 지출을 원하는 분위기다. 위험 부담을 안지 않고 선수 육성 혹은 트레이드 등으로 실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구단 모기업이 지갑을 닫으면서, 통 큰 투자를 위한 오버 페이가 아닌 효율적인 지출을 원하는 분위기다.

프로야구 인기의 하락세도 영향을 미쳤다. 등 돌리는 팬들이 늘어났다. 더욱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잔뜩 끼었던 거품도 빠지고 있는 셈이다. 연봉 협상도 마찬가지다. 씨름 중인 구단과 선수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자존심 지키려는 선수들, 3~4천만 원의 온도차

선수들에게 연봉은 곧 자존심이다. 고과 기준에 따라 덜 주려는 구단 앞에서 선수들은 자존심을 지키려고 한다. 이 가운데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먼저 NC는 2020년 시작부터 혼란스럽다. 베테랑 투수 김진성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김진성은 연봉 협상 도중 지난 1월 29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하지만 2월 2일 돌연 귀국했다. 김진성은 지난해 연봉 2억 원에서 20% 삭감된 1억6천만 원에 사인하고 자진 귀국했다. 베테랑의 돌발 행동에 팀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미계약자였던 NC 박민우 역시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공개적으로 연봉 협상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고과 기준에 따라 덜 주려는 구단 앞에서 선수들은 자존심을 지키려고 한다.

삼성의 ‘간판스타’ 구자욱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동행하지 않았다. 그 역시 연봉 협상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 구자욱은 최소한 연봉 동결을 예상했지만, 이는 빗나갔다. 구단은 지난해 연봉보다 3천만 원을 삭감한 2억7천만 원을 제시했다.

구자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015년 신인왕을 받은 구자욱은 그 후로 연봉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이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지만, 구단은 내부 시스템에 따라 형평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례적으로 갈등이 심화됐다. 

연봉 삭감 감수한 베테랑 송승준·이택근의 간절함

한편 간절함을 안고 새 시즌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롯데 송승준과 키움 이택근이다. 연봉 삭감을 감수하며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1980년생 투수 송승준은 연봉 4억 원에서 87.5% 삭감된 5천만 원을 받는다. 송승준은 롯데에서만 107승을 기록했다. 윤학길(117승)에 이어 자이언츠 투수 역대 최다승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송승준은 지난해 주춤하면서 1군보다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결국 그는 1군 최저 연봉을 받는 베테랑이 됐다. 그런데도 송승준은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새 출발을 알린 롯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동갑내기 이택근도 연봉 5천만 원에 계약하고 명예회복을 노린다. 5억 원에서 4억5천만 원이나 깎였다. 이택근은 과거 폭행 사건으로 지난해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018년 12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3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것. 그러나 지난 2월 5일에 드디어 키움 퓨처스팀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돼 대만 타이난으로 출국했다. 이택근의 2020시즌은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야구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새로운 희망을 택한 이들도 있다. 반면 끝까지 구단과 선수가 대립한다면 KBO 연봉조정신청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20건의 조정 신청에서 선수의 승률은 단 5%에 불과하다. 심지어 2011년 롯데 이대호 이후 9년 동안은 조정 신청조차 없었다. 그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가 남는다. 시간마저도 구단의 편이다. 조금씩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구단과 선수 모두 상처만 입을 공산이 크다.

Edited by 조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