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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폼팩터 전쟁이 시작됐다
2023-02-21T18:54:54+09:00

좋아 보이는 제품으로 이제 ‘뭘 할 수 있는 지’를 납득시키는 브랜드가 이긴다.

오래전 일이다. 휴대폰이 접힌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MP3 파일을 재생하는 폰이 나오자 음반 업계에서는 반대 시위를 했다. 컬러 액정 화면이나 16화음 벨 소리가 인기 요인이 된 적도 있었다. 13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다고 캠코더폰이라 불리는 폰도 있었고, 영상을 보기 좋게 화면을 돌릴 수 있는 휴대폰도 나왔다. 숫자 버튼이 사라진 풀터치폰은 다들 스타일러스 펜을 가지고 있었다. 투명 숫자판을 가진 폰도 있었고, 명품 마케팅도 이때부터 시작했다. 20년 전, 휴대폰을 만들던 회사들은 그렇게 판매를 늘렸다.

스마트폰도 다르지 않다. 성장이 멈춘 시장을 넘어서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노치를 감수하며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고, 하나 정도 달던 카메라는 이제 세 개, 네 개씩 단다. 삼성이 자랑하던 에지 디스플레이는 이제 평범한 요소다. 더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앞다퉈 채택하고 있고, 접을 수 있는 화면을 가진 폴더블 스마트폰도 등장했다. 고급 오디오 장치에 들어가는 부품을 넣은 스마트폰도 있고,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폰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한 방, 폼팩터 경쟁이 시작됐다.

폼팩터, 그러니까 제품의 구조화된 형태는 잘 바뀌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제품이 보급되는 초기에는 여러 가지 실험적인 디자인이 나오지만, 어느 정도 안정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그 형태가 계속 유지된다. 옆으로 펼치는 대신 위로 넘기는 책이라던가, 화면이 2개 있는 TV를 볼 수 없는 이유다.

다행히 기술 발전은 폼팩터 변화를 끌어낸다.

안정된 폼팩터는 소비자가 더 많이 선택한 결과다. 제품 기능을 잘 쓸 수 있고, 대량 생산에 알맞게 잡아놓은 형태이기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막상 여러 제품을 비교하다 보면 다 비슷해 보이는 이유다.

다행히 기술 발전은 폼팩터 변화를 끌어낸다. 브라운관 TV가 사라지고 LCD TV로 거의 바뀐 것처럼.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디스플레이에 집중되어 있다. 삼성에선 이미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2와 Z플립을 판매 중이고, 모토로라에서도 두 번째 폴더블폰 레이저 5G를 내놨다. LG에서는 보조 스크린을 추가한 윙을 선보였고, MS에선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 서피스 듀오를 출시했다. 모두 가격이 비싼 하이엔드 스마트폰이지만,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컬러 전자잉크 패널을 탑재한 하이센스 A5C 같은 제품도 틈새시장을 개척 중이다.

사용성에 영향을 끼치는 신기술도 속속 도입되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 인식 센서는 일반화되었고, 화면 안에 카메라를 숨기는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도 곧 채택될 예정이다. 카메라나 초음파 센서를 사용해 움직임을 인식해 조작하는 기능도 계속 연구하고 있다. 애플에서는 정맥을 인식해 잠금 해제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무선 이어폰 같은 히어러블 기기나 스마트 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 AR 글래스를 연동해 스마트폰에 연결된 여러 기기를 조작하는 기술도 내년에는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와 가격이다. 휴대폰 폼팩터 실험은 결국 아이폰이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끝났다. 풀터치폰을 기반으로 MP3 재생기, 디지털카메라, PDA, 게임기 그리고 웹서핑까지, 각각 세일즈 포인트였던 기능을 한 대에 다 넣어버렸다. 이 와중에 큰 역할을 한 것은 iOS의 기술력과 더불어, 다양한 앱을 쓸 수 있게 만든 앱스토어다. 폼팩터는 뭔가를 담는 그릇이고, 결국 그릇에 먹음직한 요리가 담겨야 사람들이 쓰게 된다. 적당히 손에 넣을 수 있는 가격으로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새로운 폼팩터 경쟁은 어떻게 끝날까? 갤럭시Z폴드2, LG 윙을 비롯해 지금 새로운 형태로 나오고 있는 스마트폰들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만들면 뭐가 좋은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동안 출시된 수많은 가젯이 함께 가지고 있는 문제다.

좋아 보이긴 하는데, 굳이 살 이유가 없다. 이 ‘굳이’라는 벽을 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지만, 여기에 어떤 정성을 쏟고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인터페이스와 앱에 대한 투자가 없이, 기능만 가지고 살아남을 수는 없다. 앞으로 두 번 접고 세 번 접고 돌돌 마는 스마트폰이 나온다고 해도, 이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정해져 있다. 폼팩터 경쟁은 결국,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폰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