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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림, 숨어있는 당신의 힙스터 본능을 꺼내다
2023-02-22T18:39:30+09:00

판매율 100% 육박하는 유일무이한 브랜드, 새빨간 박스 로고가 가슴에 날아와 꽂힌다.

사무실에 앉아 한 달에 한 번 노동의 대가가 통장에 꽂히는 월급쟁이 생활에 만족하며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소위 잘나가는 기업가들은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찾아냈다. 바로 트렌디한 스트릿 웨어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힙하고, 아울러 가장 비싼 브랜드는 단연 슈프림이다.

이 브랜드 본고장 미국 청소년 중에는 한정판 제품들을 사기 위해 한 달에 1천 달러를 쓰는 학생들도 있다고. 등짝 스매싱 각이다. 하지만 웰스심플(Wealthsimple)에 따르면, 이 무모한 짓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Supreme Smoke Skateboard Deck

궁금하다. 어떻게 슈프림은 보수적인 소비층까지 흡수해 티셔츠에서 스케이트보드 데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원가 20배나 되는 값을 지불하도록 유인하는 인기 브랜드가 됐을까. 여기, 슈프림을 자꾸만 집착하고 싶은 브랜드로 만든 자세한 이야기가 있다.

재화보다는 공간을 판매했다

슈프림은 1994년 맨해튼 다운타운 라파예트가의 작은 상점으로 시작했다. 80년대 영국 웨스트서식스(West Sussex)에서 성장한 창립자 제임스 제비아는 글램 록을 들으며 배터리 공장에서 번 돈으로 가장 힙하다는 런던의 숍들을 누비며 돈을 써댔다. 씀씀이 배포도 남다르지만 그는 제품과 공간을 함께 향유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슈프림을 시작했을 당시 옷과, 스케이트보드 등 각종 제품을 물론 진열대에 올렸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던 건 유형의 재화가 아닌 공간이었다. 그는 보그에서 “대단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모두가 입고 다니는 쿨한 것들이 있는 숍”이라는 말을 남겼다. 슈프림은 제비아가 가진 노스탤지어와 노하우, 그 독특한 조합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가 슈프림을 시작했을 당시 옷과, 스케이트보드 등 각종 제품을 물론 진열대에 올렸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던 건 유형의 재화가 아닌 공간이었다.

맨해튼 스트릿웨어 부티크인 유니온(Union)과 오하이오주 우스터의 스투시(Stüssy) 매장에서 일한 경력이 있었던 제비아. 그는 대략 1만 2천 달러의 초기 투자금을 쥐고 슈프림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글로벌 PEF 운용사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으로부터 지분 50%를 대가로 5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냈다. 그 투자로 거둬드린 이 스케이트 브랜드의 가치는 얼마일까. 충격적이게도 10억 달러에 달한다. 

떠오르는 별에서 모두를 사로잡기까지

맨해튼 라파예트가가 상업 중심지가 아니었던 25년 전에도 슈프림은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이 현상에 대해 GQ는 이렇게 표현했다. “한 블록 건너에서는 샌들우드 연기 혹은 나그 참파 향기가 풍겼습니다. 매장과 점점 가까워질수록 음악 소리가 울렸고, 이내 상점 밖으로 뻗어 나와 인도를 가득 채우고 도로까지 점령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어요. 어떤 날은 4~50줄이 늘어서 있기도 했고요. 이 모든 것의 중심은 단 하나의 가게였습니다. 1994년 처음 슈프림이 오픈했을 당시 매장은 뉴욕 스케이트 커뮤니티들이 모여드는 만남의 광장이었습니다.”

Supreme Brooklyn

영화 제작자 하모니 코랜은 1996년 개봉한 영화 키즈(Kids)를 만들며 슈프림에서 보냈던 나날을 회고했다. “슈프림은 날것 그 자체였어요. 그 DNA는 현재 브랜드에 새겨져 있어요. 그것은 뉴욕시 특유의 스트리트 스케이팅 문화입니다.”

유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젠 브릴은 슈프림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보고 싶어 다운타운으로 향했던 때를 떠올렸다. “최고의 스타일, 최악의 행동을 하는 귀여운 남자애들이 그곳에 있었죠. 똘끼에 가까운 엄청난 에너지가 가게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사실 말이 가게지 그곳의 직원들은 아무것도 팔고 싶지 않은 이들처럼 느껴졌어요. 어쩌면 손님이 가게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 똘끼에 가까운 엄청난 에너지가 가게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사실 말이 가게지 그곳의 직원들은 아무것도 팔고 싶지 않은 이들처럼 느껴졌어요. ”

그렇게 보였어도 제비아는 사람들이 가게에 있기를 원했다. 그들은 제비아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 때문. 개방된 형태의 매장이라 스케이터들은 보드와 장비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었다. 제비아는 가게 주변에 있던 사람들, 바로 스케이터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폴로, 구찌 벨트, 챔피온 등 스케이터들은 멋진 옷들을 입고 있었죠. 전문 스포츠 브랜드 제품은 걸치고 있지 않았어요. 젊은 스케이터들에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마음을 훔치는 전략

희귀템일수록 많은 이들이 원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아이템이 특별하고, 재미있고, 사고 싶은 충동을 유발하는 순간, 그 욕구는 절박함으로 바뀌기 마련. 이론적으로는 쉬워 보이는 이 논리가 어디에나 다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비아의 능수능란한 지휘 아래 슈프림은 이를 제대로 해냈다.

슈프림의 뛰어난 경영능력에 대해 I-D 매거진의 편집장 앨러스테어 맥킴은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그들이 성공하고 대단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문을 연 첫날부터 아주 섬세하게, 천천히 성장해왔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Drop day crowds. Photo by Geoff Jones via Flickr

‘한정 수량’ 전법은 이들이 돈을 벌어들이는 주된 방법이다. 제비아는 매장의 재고 유지를 위해 언제나 맹렬히 일하고 있었다. 이것은 모든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렸기 때문은 아니다. 그에게는 안정적인 재고를 유지하기 위한 소스가 부족했다. 누군가는 엎어져도 코가 깨지고, 어떤 이는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는다고 했던가. 그는 후자로 재고 부족은 매우 긍정적인 작용을 낳았다.

만약 제품들이 팔리지 않는다면 그대로 모든 재고를 떠맡아야 하는 상황. 이에 내린 결단은 적게 생산하는 것. 두 번째 단계는 제품 매진 시 바로 재고를 채워 넣지 않는 방법이었다.

슈프림은 티셔츠와 스웨터를 만들기를 원했고, 만약 제품들이 팔리지 않는다면 그대로 모든 재고를 떠맡아야 하는 상황. 이에 내린 결단은 적게 생산하는 것. 두 번째 단계는 제품 매진 시 바로 재고를 채워 넣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 대신 이들은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냈다. 제비아는 이번 달에도, 다음 달에도 똑같은 제품을 살 수 있는 물건들로 가득 찬 가게를 원하지 않았다.

A look from the Supreme F/W 2019 collection

팔리지 않는 재고에 대한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슈프림이 만든 거의 모든 물건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리고 이것은 제비아에게 새로운 도전을 던져줬다. “여름 상품들이 3월에 매진된 후에 몇 달간의 시간이 비었습니다. 4월부터 7월까지 팔 물건이 하나도 없었죠. 만약 손님들이 들어와서 ‘이런 쓰레기 같은 매장을 봤나. 왜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서 그렇게 말했던 거지?’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싶었습니다. ‘만약 2주 전에 왔더라면, 진짜 좋았을 거에요’ 할 수도 없는 노릇.

브랜드 최신 한정판 제품들을 사기 위해 드나드는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불러모으는 대신, 제비아는 특정 날짜를 잡았다.

그렇게 해서 ‘드롭 데이‘가 탄생했다. 브랜드 최신 한정판 제품들을 사기 위해 드나드는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불러모으는 대신, 제비아는 특정 날짜를 잡았다. 정확히 말하면 목요일. 그 결과 ‘드롭’은 슈프림 마니아들의 메인이벤트가 되었고, 다른 브랜드들 역시 같은 효과를 기대하며 벤치마킹했다. 물론 다른 브랜드들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슈프림의 아성에 대적할만한 상대는 없었다.

The Supreme BLU Burner Phone

프리미어 온라인 셀러 그레일드(Grailed)의 브랜드 디렉터인 로렌스 슬로스만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슈프림은 테슬라나 몇몇을 제외하고, 판매율이 100%에 육박하는 유일한 회사입니다. 슈프림 제품이 세상에 존재하는 양에 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브랜드를 원하고, 그에 따른 수요의 양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죠. 의도적으로 희귀성을 이용해서 이만큼이나 성공을 거둔 다른 비즈니스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초심을 지켜낸 브랜드

브랜드 창립 이래 슈프림은 특별함을 놓지 않고 성장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달성해오고 있다. 독창적인 협업, 더 넓어진 제품 라인 등 브랜드의 매력을 끌어 올리는 중이다. 이와 동시에 까다롭고 높은 기준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제비아는 품질에 대한 신념을 쭉 지켜냈다. 네이버후드(Neighborhood)나 베이프(A Bathing Ape)와 같은 브랜드들이 함께 경쟁하는 반면, 슈프림은 그들 만의 리그 위에 섰다. 이는 제비아의 높은 기준 덕분.

오랜 슈프림 매니아이자 지구 물리학자 앤드류 리스는 슈프림의 독특한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슈프림의 매력은 밀리터리와 스포츠웨어, 워크웨어, 그리고 빈티지의 쿨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슈프림의 컬렉션은 더 풍부해졌고 그만큼 더 많은 이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절제되어있고, 유니크함을 잃지 않는 웰메이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Supreme Paris

2013년, 슈프림은 일 년에 두 번 컴플리트 컬렉션을 내놓기 시작했다. 제품들은 컬렉션에서 첫선을 보이지만, 그 이후 몇 달에 걸쳐 매주 드롭 데이에 나와 팔려나간다. 그리고 아무도 어떤 제품이 드롭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향한 열렬한 에너지가 그날 몰려든다. 

브랜드 노아(Noah)를 론칭하기 이전, 슈프림의 디자인을 이끌었던 브렌든 바벤진은 GQ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슈프림이 현재 패션 산업의 판을 다시 짰다고 생각해요.” 또한 그는 타 브랜드들과 슈프림을 차별화시키는 요소를 집어 말했다. “슈프림은 매우 앞서가지만 클래식한 것들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는 데에 대해 큰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슈프림은 그 일을 해낸 거 같습니다.”

A look from the Supreme F/W 2019 collection

오늘날의 패스트 패션과 달리 슈프림의 옷은 스타일과 내구성 두 가지 측면 모두 시간을 거스르는 힘이 있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그 가치가 유지되는 것을 넘어 더 높은 가치가 발생한다는 것을 인지할 때,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문득 궁금해진다. 슈프림 제품들의 가치는? 소위 ‘보고’라고 불리는 슈프림의 박스 로고가 붙은 아이템들은 브랜드의 가장 인기 있고 아이코닉한 제품이다. 그렇기에 아이템을 수집해서 컬렉션을 만들거나, 리셀해 용돈 벌기 좋다. 만약 스케일 좀 키우고 싶다면 협업 제품, 또는 30달러에 내놨으나 430달러에 되팔렸던 파리 박스 로고 티와 같이 특정 지역에 기반한 론칭 제품들을 노려라.

Supreme London

패션계는 매우 동적이며, 그중에서도 스트릿 웨어는 가장 변화 주기가 빠르다. 그러나 슈프림은 사모펀드 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당신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싶다거나 그저 힙스터들을 감명시킬 스타일을 완성하고 싶다면, 언제나 옳은 슈프림을 떠올려라.

*Header photo by Dale Martin via F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