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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책, ‘오디오북’은 어떻게 여기까지 성장했을까.
2023-02-22T18:52:00+09:00
들리는 책, ‘오디오북’은 어떻게 여기까지 성장했을까.

우리는 모두 이미 오디오북을 들어봤다. 엄마가 들려주던 동화책도 오디오북이거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모두 이미 오디오북을 들어봤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읽어주시던 동화책, 그 목소리가 바로 오디오북이니까.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첫 오디오북은 십여 년 전 들었던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다. 차로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던 일요일 오후, 꽉 막힌 경부 고속도로 위에서 들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심심했는지, 책을 소리 내어 읽어준 덕분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반복해 듣던 CD 음악에도 질린 참이라 귀 기울여 들었다. 그렇게 듣다 서울로 진입하는 바람에 다 듣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그때 책을 듣던 풍경은 또렷이 기억한다. 겨우 밤이 된 도로를 가득 메운 빨간 브레이크 등 위로, 사막 비슷한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나중에 미국에선 이런 오디오북 시장이 꽤 활성화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일이 많아서, 차 안에서 즐겨듣는다고 했다. 아마존이 오디오북 업체 ‘오디블‘을 인수해서 가지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찾아보니 한국에도 오디오북 전문 서비스 ‘오디언‘이 있었다. 샘플을 들어보고는 쓰지 않기로 했다. 첫 경험이 좋아서였을까. 아나운서가 읽어주는 책은 영 맞지 않았다. 값도 비쌌고, 그땐 듣는 방법도 까다로웠다.

시간 문제도 있었다. 내가 읽는 속도에 비해 남이 읽어주는 속도는 너무 느렸다. 때마침 팟캐스트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나꼼수’와 ‘지대넓얕’ 같은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서, ‘한국 비음악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잘 맞는 포맷은 인터넷 라디오 같은 포맷이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영영, 한국어 오디오북은 대중화되지 못할 줄 알았다.

섣부른 판단이었을까? 최근 오디오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더불어 인공지능 스피커를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목소리 콘텐츠를 위한 투자와 홍보가 늘었다. 2017년 기준 추정 세계 시장 규모는 35억 달러(약 4조억 원) 수준으로 커졌다.

자료수집 방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딱 잘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라마다 성장세도 무섭다. 2018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미국은 34%, 영국은 18%, 일본은 30%,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80% 이상 매출이 늘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앞서 말한 오디언의 유료 회원 수는 2018년 2분기 기준 약 35만 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337% 늘었다. ‘팟빵‘에서 출시한 오디오 북은 12월 한 달에만 1만 권 이상 팔렸고, ‘오디오클립’에서 선보인 오디오북 중에는 10만 번 넘게 재생된 책도 있다. 주요 출판 시장에서 오디오북은 이미 확실한 ‘게임 체인저’다.

오디오북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의외로 명확하다. 먼저 오디오북의 가장 큰 특징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귀로 듣는 콘텐츠 특성 때문에, 운전하거나 청소하면서 들을 수 있다. 음악과는 다르게 책을 읽으면서 듣는다거나 하는 일은 어렵지만(소설을 읽으면서 물리학 강의를 듣는 것과 다름없다),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눈으로 정보를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보를 접하게 해준다.

다음은 휴식을 위해서다. 눈을 쓰지 않기 때문에 편안한 침대에 앉아 쉬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영국 오디오북 독자들은 멀티태스킹보다 휴식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오디오북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게다가 오디오북은 음악 콘텐츠에 가깝기에 책보다 ‘거부감’이 덜하다. 오디오 콘텐츠는 종이책과 달리 읽기 위해 힘들일 필요가 없어 보이고, 연출이 들어가면 독서보다 재미있다. 서비스에 따라 다르지만, ‘윌라’ 같은 월정액제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다.

비판도 많이 받는다. 작년 오디블에선 작가를 고용해 오디블 전용 오디오북을 출시했다. 원본이 되는 책이 없는 오디오북이다. 이렇게 되면 라디오 드라마 같은 오디오 콘텐츠와 오디오북이 뭐가 다른지 알기 어렵다. 귀와 눈은 쓰는 감각이 다르므로, 학습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오디오 콘텐츠에 책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미로 ‘Book’을 붙이면서 생긴 착시다. 오디오북은 오디오북이지 책이 아니다. 외국어 훈련이 아니라면, 논픽션이나 교육용 교재로 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다만 오디오북은 자기계발 우화나 소설 같은 ‘이야기’를 듣기에 적당하고, 오디오북 독자 대부분도 이런 콘텐츠를 선택한다. 다시 말해 지루한 출퇴근길이나, 조금 피곤해서 쉬고 싶은 저녁, 부담 없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친구, 웹툰이나 웹 소설 같은 존재다. 향후 오디오북은 귀로 듣는 웹툰, 귀로 듣는 웹 소설 같은 오디오 드라마 형태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못 믿겠다면, 오늘 한번 오디오북을 들어보면 어떨까? 크게 다르지는 않아도,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콘텐츠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