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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이터널 리뷰
2023-02-22T18:29:40+09:00
둠 이터널 리뷰

아, 전기톱, 그것은 정말로 훌륭한 대화의 수단이었습니다.

일말의 자비심 없이 눈에 보이는 악마들의 뚝배기를 모조리 부숴버리는 상남자. 살벌해 보이지만 장난감을 수집하고 토끼를 좋아하는 귀여운 구석도 있는 남자. 대악마 결전병기인 ‘둠 슬레이어’가 2020년을 맞아 다시 한번 더블 배럴 샷건을 들었다.

이제 우리 게이머들이 할 일은 하나 뿐이다.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찢고 죽이는 것뿐.

지상 위에 세워진 지옥

‘둠 이터널’은 클래식 둠 시리즈의 2편, ‘헬 온 어스’의 콘셉트를 다시 채용한 작품이다. 지구에 펼쳐진 지옥도에서 멸망하기 직전인 인류, 아이템과 악마들의 디자인, 아나크노트론과 아크바일 같은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악마들의 추가 등 많은 부분에서 팬들이 가장 좋아했던 2편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전작이 클래식 둠 1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한 만큼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지점이다.

게임의 스토리는 더이상 포르노의 그것과 다르다

원래 클래식 둠 시리즈는 게임 자체의 재미를 위해 스토리를 단순화 시키고 액션성을 극대화했던 작품이다. 심지어 당시 개발을 주도했던 존 카맥은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라는 표현까지 썼을 정도. 하지만 둠 이터널은 원작보다 훨씬 치밀하며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고, 이를 컷신과 데이터 로그를 통해 게이머에게 전달한다.

기본적으로 둠 이터널은 어둡고 진지한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하지만 틈틈이 둠 슬레이어가 어떤 남자인지, 얼마나 황당한 일을 저지르는지 이를 위트 있게 그려낸 컷신을 보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오로지 몇 줄의 텍스트만으로 정보를 전달했던 클래식 둠의 스토리에 깊이를 더하면서, 동시에 특유의 액션성이 방해 받지 않을 정도로 완급 조절을 잘 했다.

버서커 종료, 더이상 무적이 아니군, 계획 수정이다

게이머들이 둠 시리즈를 통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간단명료하다. 끝없는 투쟁심으로 똘똘 뭉친 둠 슬레이어를 조종해서 크고 아름다운 총으로 악마들을 박살내는 것. 단순하면서도 둠의 매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계속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면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항상 단순한 게임으로만 인식되는 문제가 있다.

둠 이터널은 이런 문제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제작진들의 고심이 그대로 녹아있다. 물론 이러한 특징 덕분에 게임의 난이도 또한 상승했다는 점도 같이 알아두면 좋다.

둠 슬레이어에게 수많은 장비와 액션을 부여한 진짜 이유

물론 우리의 주인공 둠 슬레이어는 여전히 강력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파워업 되어 돌아왔다. 악마들을 포 뜨기에 좋게 생긴 둠 블레이드를 기본으로 휴대하고 있고, 맨손으로 적들의 안면을 재정렬시켜줄 블러드 펀치가 추가 되었다. 어깨에 장착된 거치형 캐논은 화염방사와 각종 유탄을 쏴대며 악마를 도륙할 수 있다.

이중 점프 역시 여전하고, 여기에 고속 이동이 가능한 대시까지 추가돼 이제는 파쿠르 액션까지 구사하며 화력을 쏟아낼 수 있다. 그런데 게임이 왜 어려워졌냐고? 잊지 말자. 기술이 추가 되었다는 것은, 그것을 사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둠 슬레이어가 약한게 아니라 당신이 약한 거다

둠 이터널이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는 전투 디자인의 큰 변화다. 특히 탄약에 대한 부분이 크다. 휴대 가능한 최대치와 필드에 배치된 갯수가 모두 크게 줄었다. 더이상 정확한 이유와 강한 의지를 담은 달달한 화력으로 악마들을 학살하는 것이 어려워진 셈이다. 대신 이 부족한 탄약은 근접전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덕분에 악마들을 반으로 썰어버리는 훌륭한 대화 수단인 ‘전기톱’의 사용 빈도가 대폭 늘어난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쏟아져 나오는 악마의 종류에 따라 어떤 적을 먼저 쓰러뜨려야 할지, 어느 무기로 약점을 공격해야 할지 같은 순간적인 상황 판단력이 요구되는 것 또한 난이도 상승에 일조한다. 게임을 진행하며 맞이하게 될 많은 위기 상황을 파쿠르 액션과 숄더 캐논의 보조무기를 활용해 벗어나야 하는 것은 덤. 그야말로 모든 것을 활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자연히 둠 이터널의 공식은 지금까지의 단순무식한 화력전과 달리, 하프라이프의 ‘달리고, 생각하고, 쏘고 살아남아라’에 가까운 형태가 됐다. 게이머들은 갑자기 어려워진 난이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익숙해지면 끊임 없이 생각하고 이동하며 악마들을 참교육하는 새로운 재미에 빠질 수 있다.

전투는 어렵지만, 편의성도 갖췄다

비록 전투는 어려워졌지만, 편의성이 대폭 개선됐다. 기술을 새로 익혔을 때 튜토리얼이 추가되어 연습을 해 볼 수 있고, 코덱스를 통해 악마의 약점과 효율적인 무기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게이머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둠 이터널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또한 전작에서 악평이 자자했던 3D 맵도 스테이지의 구조를 파악하기 쉽게 바뀌었다. 스테이지의 마지막에는 텔레포트가 활성화 되어 추가 요소를 수집하기 편하게 된 것도 칭찬할 만한 부분. 무엇보다 둠 시리즈 최초의 공식 한글화가 된 작품이라는 사실이 게이머들을 기쁘게 한다.

꼭 그렇게 없애야만 속이 후련했냐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멀티 플레이 방식인 ‘전투 모드’는 게이머가 둠 슬레이어 혹은 악마를 선택해 1 대 2로 전투를 치르게 된다. 모든 무기를 장비한 상태로 악마들을 찢고 죽이는 둠 슬레이어, 그리고 어떻게든 협력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악마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방식이며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만큼 첫인상은 꽤나 성공적인 편이다.

다만 데스매치가 사라진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데스매치로 온라인 게임 플레이의 기준을 세운 작품이 바로 둠 시리즈임을 생각하면,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데스매치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의아할 따름. 나중에 업데이트로 추가되길 바란다.

후속작을 원한다는 갈망을 담소 나누고 싶구나

둠 이터널은 클래식 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주인공의 정체와 악마들 뒤에서 암약하는 흑막에 대한 깊이 있는 스토리로 무게감을 더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된 전투 시스템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고전과 현대 FPS의 팬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명작이라 평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악마들을 찢고 죽이기 이만한 게임이 있던가. 마지막으로 영국의 소설가, 테리 프래쳇의 명언으로 본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수 세기 동안, 인류는 악의 세력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싸워왔다. 기도, 단식, 선행 등. 둠이 나오기 전까지, 더블 배럴 샷건을 떠올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납탄이나 먹고 죽어라. 악마놈아.

Edited by 조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