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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계절을 위한 독특한 남자 향수 5가지
2023-02-22T18:59:31+09:00

당신이 이제껏 맡아보지 못한 여름 향수.

시중에 판매되는 남자 향수 중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시트러스나 아쿠아틱 계열 같은 여름용 향수다. 때문에 여름은 독특한 나만의 색깔을 내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시트러스 중심의 향수는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산뜻한 향이지만 개성을 표현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콘셉트가 무언가. 로버트 프로스트 식 접근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힘차게 밟는 것 아닌가. 당신의 인생을 망치러 온 당신의 구원자를 믿고, 올여름엔 남들은 듣도 보도 못한 범상치 않은 향수 한번 뿌려보자.

제르조프 니오

앞서 뻔하다고 나무랐던 시트러스를 리스트 첫 번째에 올리기 민망하지만, 시트러스의 ‘끝판왕’이라면 넣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탈리아 남쪽 마을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베르가못과 네롤리, 그리고 독특한 스파이스와 쌉싸름한 풀 향을 겸한 쨍한 시트러스 향수다. 누군가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조합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특별함은 바로 그 원숙한 조화에 있다. 퀄리티만큼 가격도 넘사벽이긴 하지만, 어쨌든 최고의 시트러스·네롤리 조합 중 하나로 평가받는 제르조프(Xerjoff)의 니오(Nio)다. 시트러스의 숙명인 짧은 지속력도 니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235 (100mL)


제임스 힐리 셀 마린

여름 향수를, 그리고 남자 향수를 대표하는 계열이라면 시트러스 못지않은 것이 바로 아쿠아틱이다. 하지만 이런 아쿠아틱은 본 적 없을 거다. 아니, 일반 아쿠아틱 향수와 너무 달라 아쿠아틱이라 불러도 될지조차 모르겠다. 달달한 향은 하나도 없는 짠 바닷물, 해초, 항구의 방파제, 막 채취한 굴. 오프닝의 시큼 씁쓰름한 시트러스와 베이스의 우디, 머스크가 깊이를 더해준다. 확산력이 강한 향수는 아니지만 소금 향은 은은하게 오래 가는 편이다. 소금 냄새와 땀 냄새는 확연히 다르니 혹여나 불쾌한 향일까 앞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극사실주의 바다 향이라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제임스 힐리(James Heeley)의 셀 마린(Sel Marin)은 무심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같은 예술적이고 꾸밈없는 향수다.

€130 (100mL)


아틀리에 코롱 머스크 임페리얼

이름과는 다르게 머스크 느낌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향수는 무화과, 블랙커런트, 베르가못의 싱그러운 조합에 클라리세이지, 라벤더, 시더우드의 남성적인 면을 더한다. 베이스에 자리한 약간의 머스크는 플로럴(라벤더)과 시트러스(베르가못)가 잡아준다. 블랙커런트 때문인지 크리드의 어벤투스와 비슷하다는 평이 많은데, 중후하고 강렬한 어벤투스에 비해 머스크 임페리얼(Musc Impérial)은 좀 더 가볍고 은은하다. 어벤투스가 파인애플의 달달함을 지녔다면, 머스크 임페리얼은 무화과의 심심한 단맛을 가지고 간다. 언제 어디서 뿌려도 부담 없이 좋은 향수다.

$135 (100mL)


파품스 쿼타나 맨드레이크

파품스 쿼타나(Parfums Quartana)의 레 포션스 파탈(Les Potions Fatale) 컬렉션은 특이하게도 독초의 특성을 담으려고 한다. 맨드레이크(Mandrake)는 판타지에만 나오는 소리 질러대는 식물이 아니고, 실존하는 독성 식물로 마취제의 재료로 쓰인다. 맨드레이크 꽃냄새는 사과 향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 향수는 사과와 석류, 루바브(rhubarb, 대황)의 조합으로 그 향을 재현한다. 낭랑한 과일 향(사과, 석류, 베르가못)과 달달한 우디 향(샌들우드, 바닐라, 카르다몸, 자작나무)이 조화를 이루며, 가죽과 파촐리 덕에 이끼로 덮인 어두운 숲속을 연상시키기도.

$145 (50mL)


에따 리브르 도랑주 You Or Someone Like You

향수에서 민트(박하) 향을 다루기는 쉽지 않다. 자칫 치약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소설의 제목에서 따온 ‘당신 혹은 당신 같은 누군가’란 시적인 이름의 이 향수라면 그런 걱정은 넣어두어도 된다. 에따 리브르 도랑주(Etat Libre d’Orange)와 협업한, 동명 소설의 저자 챈들러 버(Chandler Burr)는 뉴욕타임즈에서 활동하는 향수 평론가이기도 하다. 사실적이고 싱싱한 민트 잎, 싱그러운 풀과 장미 향이 주를 이루고 있어 바람이 솔솔 부는 민트밭과 장미 정원을 지나는 기분이다. 더운 날씨에 더없이 어울리는 시원한 향수.

€135 (100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