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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면 이것도 한 번: 로제
2023-02-22T18:59:54+09:00

그동안 가장 많은 오해를 받은 와인 품종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비방도 받고,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션에 외면받기 일쑤고, 싼 것만 사는 것을 창피해하는 사람들로부터는 오해도 받는다. 하지만 그 매력을 잘 아는 프랑스 와인 덕후들과 소믈리에들에게는 사랑을 한몸에 듬뿍 받는다. 그 주인공은 바로 ‘로제’.

여름은 로제의 계절이다. 물론 이 산뜻한 음료는 일 년 중 어느 때고 마셔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수영장이나 베란다에서 마시는 시원한 로제 한 잔은 더욱 특별함을 선사한다.

그래서, 로제가 도대체 뭐냐고?

제대로 만들어진 로제는 –놀랍게도– 짙은 색의 포도가 쓰인다. 포도가 으깨어지고 나오는 즙에서 정확히 분홍빛만 띠도록 껍질은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모두 제거된다.

그중 최고등급의 로제는 단연 프로방스다. 산뜻하고 드라이한 스타일에 신선한 과일, 흥미로운 플로럴 향과 거부할 수 없는 희미한 짠맛까지. 하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롱아일랜드 같은 좋은 품질의 로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어떤 로제는 여러 층의 복합적인 맛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마치 사탕처럼 향긋한 과일 맛으로 가득하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롱아일랜드 같은 좋은 품질의 로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다만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블렌딩 해서 만든 핑크 와인은 주의하자. 이런 와인은 지나치게 단 경향이 있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와인에서 –애석하게도 많은 버전의 화이트 진판델도 포함된다– 당신이 상상하는 그런 복합성과 밸런스는 찾기 힘들다.

로제는 일반적으로 가격대가 덜 비싼 와인이다. 따라서 이번에 소개하는 특급 와인도 가격 수준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 물론 이렇게 맛있고 잘 넘어가는 와인은 한 병을 통으로 비우는 것 역시 손쉽기 때문에, 만약 친구들을 초청해 해변에서 바비큐 파티라도 벌일 계획이라면 지갑의 상황도 조금은 살펴야 할 것이다. 한 병에 10달러 정도 하는 와인이 금세 수두룩하게 쌓일 테니까.

이 와인이 맘에 든다

Domaines Ott Clos Mireille Cotes de Provence Rosé, 2017 – $40

도멘 오뜨는 최근 100주년을 맞이했는데, 1912년에 처음 매입한 끌로 미레유 포도원은 이후 20년 만에 도멘 오뜨에 포함됐다. 이점이 많은 점토와 셰일 토양의 조합을 자랑하는 끌로 미레유는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있다. 그림 같이 활기 넘치는 배경을 연상했다면 딱 정확하다. 이곳의 와인은 바로 그 특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딸기와 복숭아 맛이 튀어나오는 대신, 끌로 미레유는 말린 살구와 싱싱한 귤에 스파이스와 약간의 라임 필이 가미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톡톡 튀는 맛을 갖고 있으며, 마치 젖은 돌에서 나는 듯한 향의 끝 맛과 압도적인 산도는 이 와인을 계속해서 마시게 하는 비결이다.

가성비 좋은 대안들

가까운 곳에서 찾으려면: Miraval Pure Rosé, 2017 – $22

미라발은 그 맛보다도 이곳의 소유주가 항상 파파라치들에게 둘러 싸여있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라는 사실이 더 유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프로젝트가 와인의 본질보다 배경이 더 우선시 되는 것은 아니다. 피트와 졸리는 고급 와인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Familee Perrin이라는 프랑스의 유명 와인 메이커 일가와 손을 잡았다. 부지 자체도 엄청나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제초제, 농약은 물론 화약 약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과일과 토양을 천연 그대로 유지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라발 로제는 끌로 미레유보다 다소 진해도 충분히 우아하며 밸런스가 잡힌 와인이다. 또한 끌로 미레유만큼의 산도와 염도를 자랑한다. 라즈베리, 핵과류, 시트러스, 그리고 약간의 스파이스 캐러멜이 가미된 이 달콤한 조합의 유혹을 떨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선하고 그 산미가 돋보이는 와인을 찾는다면 단연 가장 먼저 떠올릴 리스트 중 하나다.

조금 더 먼 곳에서 찾으려면: Chateau d’Aqueria Tavel Rosé, 2017 – $18

샤토 다케리아는 프로방스 바깥에서도 맛있는 프랑스 로제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이 로제는 타벨에서 합법적으로 만들어지는 유일한 와인 스타일로, 이는 남부 론 지방의 엄격한 레드 와인 전통과 반대된다. 덕분에 이곳에서 로제는 일상이다. 지역 주민들은 로제를 몇 병씩이나 마신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을 때, 여름 딸기나 염소 치즈와 곁들여 먹을 무언가가 필요할 때, 아니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그러고 싶을 때.

샤토 다케리아는 그 색과 맛에서 본질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레드 베리와 체리의 맛은 풍부하고 군침이 돈다. 여기에 약간의 스파이스와 미네랄과 가미되면서 달콤함과 드라이함이, 그리고 세련미와 발칙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완전 먼 곳에서 찾으려면: Tablas Creek Patelin de Tablas Rosé, 2017 – $23

인정한다. 가끔 뉴 월드 로제는 필자도 조금 두렵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온 와인 메이커들은 지나치게 싼 가격과 대중성만 추구한 탓에, 그저 달달하면서 적당히 마실 수 있는 무미건조한 와인만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가지는 것은 좋지 않다. 타블라스 크릭처럼 마땅히 그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하는 와인도 있으니 말이다.

이 로제 와인이 맛있는 이유는 캘리포니아 밖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Hass 일가는 론 지방의 품종을 본뜨기 위해 파소 로블레스에 와인 산지를 세우고, Perrin 일가의 도움을 받아 무드베드르, 그르나슈와 같은 품종을 들여왔다. 두 품종 모두 시라, 꾸누아즈와 함께 로제에 들어간다.

그 결과 탄생하는 와인이 바로 이 꽃과 과일향으로 가득한 타블라스 크릭이다. 마시기 쉽고, 적당히 입안을 자극하도록 밸런스도 있다. 클래식한 프랑스 로제의 드라이함과 산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약간의 허브향과 체리향, 수박향이 있다는 것은 선샤인 스테이트의 날씨와 테루아르가 그 맛에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