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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면 이것도 한 번: 레드 론 블렌드
2023-02-22T18:52:40+09:00

원조를 찾으려면 프랑스로, 하지만 다른 지역의 품종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레드 론 블렌드 이야기.

레드 론 블렌드는 프랑스 론 밸리의 와인으로 그 지역을 대표하는 포도품종인 시라,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쌩소*를 비롯한 포도품종의 배합으로 만든 와인이다. 북부 론에서는 시라를 베이스로 하는 레드 와인이 흔한 반면, 남부 론에서는 샤또네프-뒤-빠쁘(Chateauneuf-du-Pape, 이하 CdP)와 같은 지역의 와인이 자신만의 시그니쳐 배합으로 있다.

CdP에서는 그르나슈를 중심으로 시라와 무르베드르를 적절하게 배합한 와인이 흔하다. 와인메이커의 비전에 따라 그 비율은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으며 원한다면 13개 품종까지 배합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이러한 와인을 “GSM” 블렌드라 부르기도 한다.)

Photo via Domaine Roger Sabon

각 품종은 자신만의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 시라: 자두, 블랙베리와 같이 진한 검은색 색상을 띤다. 향긋한 아로마와 풍미를 갖고 있으며, 주로 훈제 고기와 블랙 올리브가 연상되는 향이다.
  • 그르나슈: 설탕 조림 과일, 자몽, 라즈베리, 그리고 계피와 같이 재미있는 풍미가 바로 치고 들어오는 그르나슈는 파티에 활력을 불러오는 존재다. 이 중에서 가장 알코올 함유량이 높은 품종이기도 하다.
  • 무르베드르: 시라처럼 어둡고 섹시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끝 맛이 길고 타닌이 강하다. 주로 론 블렌드의 균형을 맞추고 그 특유의 강한 맛을 주기 위해 사용된다.
  • 쌩소: 잘 익은 딸기, 말린 과일과 플로럴 향의 조합이 흥미롭다. 아로마가 매우 풍부하지만, 타닌이나 산도는 강하지 않다. 그래서 단독으로는 특별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론 밸리나 다른 블렌드에서는 무척이나 어울린다. (물론 단일품종의 쌩소도 있기는 하다.)

진정한 론 와인은 그 이름을 딴 계곡에서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세계 각지의 와인 메이커들은 비슷한 블렌드를 만드는 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 예로 캘리포니아의 파소 로블레스는 론 품종으로 명성을 얻었고, CdP의 영향을 받은 와인이나 GSM 블렌드는 워싱턴 주, 칠레,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그리고 스페인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진정한 론 와인은 그 이름을 딴 계곡에서만 만들 수 있지만, 세계 각지의 와인 메이커들은 비슷한 블렌드를 만드는 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만약 당신이 원조 론 블렌드를 마시고 싶다면 당연히 프랑스산을 찾는 것이 맞다. 하지만 만약 조금 더 가성비가 좋은 대안을 찾는다거나 혹은 전통적인 환경에서 벗어난 론 포도가 어떤 맛으로 변하는지 궁금하다면, 그런 당신을 위해 필자가 준비한 아래의 리스트를 참고하자.

*물론 화이트 론 블렌드도 존재한다. 그 자신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와인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추후 ‘괜찮으면 이것도 한 번’을 통해 단독으로 그 특유의 풍미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이 와인이 맘에 든다면…

로저 사봉 샤또네프-뒤-빠쁘 레 시크릿 데 사봉,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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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봉 일가와 샤또네프-뒤-빠쁘는 거의 500년의 역사를 함께했다. 하지만 1921년에 이르러서야 세라핀 사봉이 사봉 레이블이 붙은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고, 포도원이 흥하기 시작한 것은 1952년부터다. 오늘날 세라핀의 세 아들은 CdP, 코뜨-뒤-론, 리락과 그 주변 일대의 약 34헥타르 규모 포도원을 경영하고 있다. 사봉 와인은 ‘사랑스럽다’, ‘매력적이다’, ‘천상의 것’이라는 표현으로 불리는데, 이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레 시크릿 데 사봉(Le Secret des Sabon)의 90%는 올드 바인 그르나슈이며, 나머지 10%가 론 품종의 시크릿 블렌드로 되어있다. 그래서 이름도 ‘시크릿’이다. 이 와인은 깊고 풍부하면서, 감각적이고 또 매혹적이다. 처음에는 블랙베리와 카시스주가 부드럽게 지나가고, 그 다음으로 허브향이 날카롭게 스쳐간다. 마지막으로 흑연과 같은 미네랄향에 희미한 플로럴향이 만연한 피니시까지. 이 와인이 왜 CdP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가장 훌륭한 와인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처럼 끝없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가성비 좋은 대안들…

가까운 곳에서 찾으려면: 도멘 드 라 샤르보니에르 샤또네프-뒤-빠쁘 레 오뜨 브뤼스키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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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난 생일에 받은 선물에 만족하는가? 유진 마렛(Eugene MAret)은 1912년 자신의 아내에게 깜짝 선물로 포도원을 선물했다. 도멘 드 라 샤르보니에르(Domaine de la Charbonniere)는 최고의 기술로 세심하게 와인 메이킹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추구한다. 비록 앞에서 언급한 와인 만큼의 역사는 없어도, 고급스러운 와인이라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가격 부담도 훨씬 덜하다.

레 오뜨 브뤼스키에(Les Hautes Brusquieres)는 60% 그르나슈, 40% 시라의 비율로 풀 바디의 풍미가 인상적이다. 체리, 블랙베리, 허브와 스파이스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잘 잡힌 구조의 끝 맛이 오래 가면서, 말린 꽃향과 부드러움이 입속에서 계속 맴돈다.

조금 더 먼 곳에서 찾으려면: 타블라스 크릭 에스프리 드 타블라스 루즈,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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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는 품질 좋은 론 블렌드로 명성을 얻었다. 그 중 파소 로블레스가 국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가장 선두에 서 있다. 물론 가격대도 그만큼 비싸긴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이 와인 만큼은 예외다.

타블라스 크릭은 캘리포니아에서의 론 와인의 부활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1967년 하스 일가는 (아마 샤또 드 보카스텔이라는 작은 땅에서 들어봤을 수도 있는) 페랑 일가와 힘을 합쳐 수입 포도 가지와 바이오다이내믹 기법을 포함한 남부 론 와인만의 비법을 파소로 가져왔다.

에스프리 드 타블라스는 이 리스트에서 유일한 무르베드르가 메인인 와인이다. 블렌드의 46%가 무르베드르이고 시라, 그르나슈, 꾸누아즈 순서로 배합되어 있다. 젊고 활달한 느낌의 와인이지만 고급스러운 질감, 풀 바디와 우아한 타닌은 틀림없는 론 와인을 가리킨다.

완전 먼 곳에서 찾으려면: 다렌버그 디 아이언스톤 프레싱,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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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렌버그, 호주, 맥라렌 베일. 만약 당신이 와인 애호가라면, 이 셋을 한 문장에서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시라즈(Shiraz)를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베일의 올드 바인 그르나슈의 약 삼분지 일은 바로 다렌버그 땅에 있다. 태양에너지, 유기농, 바이오다이나믹이 주를 이루는 이곳은 한 번에 적은 양만 생산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짙은 가지색의 보라와 가넷의 빨강이 살짝 가미된 디 아이언스톤 프레싱은 마시기 전부터 이미 사람을 매료시킨다. 이 와인에서는 풍부한 블랙과 레드 과일이 나무, 흙, 따뜻한 베이킹 스파이스향과 함께 서로 경쟁한다. 시라의 야생적인 느낌은 여전히 있지만, 론 GSM의 높은 알코올의 타는 느낌을 대신해서 벨벳 같은 부드러움이 혀를 감싸며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