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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미세먼지에, 여름-겨울로 굳어져 가는 국내 기후 환경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처럼 보일지라도, 컨버터블은 분명 매력적이다. 뚜껑을 열고 시골 국도를 달리거나, 해안도로에서 바람을 맞아보면 느낄 수 있다. 1년 365일 중 단 하루만이라도 오픈하는 날이 오는 순간, 컨버터블은 그 감성의 값어치를 해낸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버터블에 접근하기 힘든 이유는 가격적인 부분이 제일 크다. 전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톱은 제작 단가도 높을뿐더러, B필러가 없는 태생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차체 강성에 투입되는 금액도 상당하기 때문. 자연히 컨버터블은 고가의 럭셔리카 이미지를 갖게 됐다. 게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국의 보수적인 정서까지 겹치며 컨버터블은 국내에서 설 자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컨버터블의 진입 장벽은 낮은 편이다. 특히 가격 방어가 취약해 중고시장에서는 1천만 원 이하의 가성비 좋은 컨버터블 모델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만약 오픈 에어링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다면 다음의 리스트를 참고하자. 물론 입문보다 유지·관리의 장벽이 더 높겠지만.

폭스바겐 EOS

해치백의 교과서와도 같은 골프에도 카브리올레 모델이 있다. 그런데 골프가 4세대에서 5세대로 넘어가면서 카브리올레가 잠시 단종된 적이 있는데, -6세대 골프에서 다시 부활하긴 하지만- 그 빈자리를 대체했던 모델이 바로 2006년 출시된 EOS였다. 소프트톱인 골프 카브리올레와 달리 전동 하드톱 방식을 채택했고, 심지어 여기에 선루프까지 달린 굉장히 독특한 모델이었다. 폭스바겐도 이를 강조하며 전 세계 유일의 전동 하드톱+선루프 컨버터블로 홍보를 했고.

EOS는 기본적으로 5세대 골프GTI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덕분에 컨버터블임에도 불구하고 꽤 경쾌한 주행감각을 자랑한다. 다만 무거운 전동 하드톱 때문에 리어 서스펜션은 파사트의 것을 적용했다. 국내에도 1세대 EOS가 출시됐는데, 당시 5천만 원대의 부담스러운 신차 가격 덕분에 판매고는 처참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2.0 TFSI 모델 기준으로 800만 원 내외면 구입할 수 있다. 엔진이 바뀐 2.0 TSI 모델은 1000만원 언저리의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푸조 307CC

푸조의 206CC가 불러일으킨 바람은 엄청났다. 콤팩트한 차체, 작지만 귀여운 디자인과 함께 현실적인 가격까지 갖춘 206CC는 등장과 함께 하드톱 컨버터블의 대중화를 이끌며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푸조는 한 체급 더 높은 라인업의 307CC로 전동 하드톱 컨버터블 모델을 확대했다. 국내에는 2004년 출시됐으며, 2006년 변경된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순조롭게 판매됐다.

페이스리프트 전 모델 기준으로 보면 최대 15년이 지나, 영타이머에 속하는 올드카로도 분류된다. 하지만 디자인은 현재 눈높이에서도 결코 크게 떨어지는 부분이 없다. 프랑스 차 특유의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대목. 다만 무거운 차체에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4단 변속기를 조합해서 가속감은 굉장히 굼뜨고 답답하다. 게다가 내구성 약한 MCP 미션으로 유지관리의 난이도도 꽤 높다. 그래도 푸조 특유의 경쾌한 핸들링 감각은 잘 살아있다. 500~600만 원 정도의 예산이면 구입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 뉴 세브링 컨버터블

크라이슬러의 중형 세단 라인업을 담당하던 세브링의 가지치기 모델. 원래는 소프트톱 컨버터블이었는데, 2006년 뉴 세브링으로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2008년에 전동 하드톱 컨버터블이 추가됐다. 아무래도 아메리칸 패밀리 세단이 베이스인 만큼, 2열 공간은 정말 넓다. 원래 구조적으로 협소할 수밖에 없는 2+2인승 컨버터블의 2열 좌석은 그저 짐을 놓거나 누군가를 잠깐만 태우는 용도에 지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뉴 세브링 컨버터블은 성인 남자 2명을 태워도 거의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뒷좌석 활용도가 높다.

대신 장점이 딱 여기까지다. 디자인은 실내외 모두 못 봐줄 수준이며, ‘월드엔진’ 정책 때문에 2.4리터 4기통 라인업은 현대자동차의 세타 엔진을 쓴다. 심지어 변속기도 4단으로, 낮은 기어비 때문에 주행 감각은 굉장히 지루하다. 크라이슬러 특유의 괴이한 구조로 정비성도 좋지 않다. 배터리 하나를 교체하려고 해도 차를 리프트에 올리고, 앞바퀴를 탈거해야 할 수 있다. 500만 원 이하의 저렴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미니 컨버터블 쿠퍼

2000년대 들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BMW는 로버 그룹의 소유권을 포기하며 해당 브랜드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도 BMW는 끝까지 미니 브랜드만큼은 지켜냈다. 이미 새롭게 플랫폼을 설계하고 있던 BMW는 2001년 R50이라는 코드명으로 1세대 미니를 출시했는데, 여기에 전동 소프트톱을 올린 컨버터블 모델 R52는 4년이나 지난 2005년에 뒤늦게 시장에 데뷔했다.

작은 차체와 단단한 하체 세팅이 주는 미니 특유의 거동은 컨버터블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거의 노면을 그대로 읽으며 굴러가는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은 당연히 포기해야 하지만, 운전의 재미도 확실하다. A필러의 각도도 높아 오픈 시 개방감도 훌륭하다. 대신 1세대 미니는 작은 엔진룸에 온갖 부품을 오밀조밀하게 욱여넣다 보니 정비성은 떨어지고, 고질병도 많다. 시세는 700만 원 언저리로 매력적이지만, 여기에 혹해서 덜컥 구입했다가 수많은 경고등과 잔고장에 시달려 수리비로만 수백을 지출하고 다시 판매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크라이슬러 PT크루저

2000년 출시된 PT크루저는 당초 크라이슬러의 플리머스 브랜드를 다시 런칭하기 위해 개발된 차량이었다. 그 때문에 디자인도 플리머스 고유의 클래식한 요소를 잔뜩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모두 무산됐고, 결국 PT크루저는 크라이슬러 이름으로 출시됐다. 여기에 전동 소프트톱을 올린 컨버터블 모델이 추가된 건 2005년의 일이다.

마치 19세기의 마피아 차량을 연상케 하는 레트로한 외모는 양날의 검이었다. 이 디자인은 관점에 따라 클래식 스타일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괴상하기 짝이 없는 요소를 잔뜩 갖췄다. 대체로 대중의 반응은 후자였기에 최악의 디자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국내에는 직렬 4기통의 2.4리터와 2.0리터 엔진 라인업이 판매되었다. 세브링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으로, 배기량 대비 낮은 출력에 주행감도 밋밋한 편이다. 중고 시세는 400만 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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