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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맨 뒷자리, 커피는 아메리카노, 출근길 지하철 환승은 4-3. 익숙한 곳들을 지나고 낯익은 사람들과 하루를 보내는 일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풍경을 찢고, 일상의 테두리를 폴짝 뛰어넘지 않으면 당신을 뜨겁게 껴안기 위해 두 팔 벌리고 선 낯선 세상과 영영 만날 수 없다.

모니터 전원 잠시 꺼두고 익숙함을 설렘으로 바꿀 준비를 마쳤다면, 당신은 지금 떠나야 할 때. 그래서 준비했다. 2020년, 당신을 목 빼고 기다리는 8곳의 여행지를.  

앤텔로프 캐니언, 애리조나주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도 등장하는 그랜드 캐니언은 많은 이들이 꿈꾸는 하이킹 코스이자 관광지다. 그 유명세만큼 항상 북새통을 이룬다. 그랜드 캐니언과 같은 황홀한 경치는 그대로 두고, 상업성 걷어낸 아웃도어 성지를 찾는다면 앤텔로프 캐니언으로 향해라. 이곳의 사암은 어퍼 캐니언과 로어 캐니언으로 나뉘는데, 두 곳 모두 카메라만 대면 인스타 업데이트 충동이 인다.

앤텔로프 캐니언은 라스베이거스와 차로 4시간 반 떨어져 있다. 고로 블랙잭 하며 시간을 보내도 좋지만, 근처 지역 페이지에 있는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 글렌 캐니언 국립 휴양지, Big Lake Trading Post를 비롯한 다양한 장소를 방문할 수도 있다.

케이프타운 와인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다음 와인 투어는 나파 밸리나 보르도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나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쉬, 프란쵸크 등의 푸른 토양과 지중해 기후는 여러 와인 수상작을 빚어내고 있다. 카논콥에서 원조 피노타쥐를 맛보고, 딜레어 그라프 에스테이트에서는 바닐라, 베리, 건초 노트를 풍기는 리저브클라렛을 음미하자.

만약 와인이 당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도 실망하고 돌아오는 일은 없을 거다. 그라프 호텔들은 당신에게 아늑한 낮과 밤을 선사하고 사암, 푸른 언덕, 포도 넝쿨들은 두 눈에 모조리 담아가고 싶은 절경을 아낌없어 내어줄 테니까.

마드야 프라데시, 인도

인도 마드야 프라데시주는 무려 7천 5백만 명의 인구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 이유로 ‘Heart of India’라는 별명이 생긴 것은 아니다. 산재해 있는 문화적, 역사적 유적들 때문이다. 오래된 지명을 더듬거리며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이곳에 가면 만사 제치고 호랑이 보호구역으로 향하자. 그중 사트푸라 국립 공원에 있는 호랑이 보호구역은 슬렁슬렁 다니는 곰부터 자이언트 다람쥐까지 어떤 동물이든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파치마르히에서는 인도서 가장 높은 폭포 중 하나를 볼 수 있다. 이곳 템플의 양각 무늬와 높은 탑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축제가 열리면 당신이 이제껏 만나보지 보지 못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터. 또한 인도에 대한 편견을 씻어 줄 사람들의 환대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치안이 좋은 나라는 아니니 사람에 대한 조건 없는 신뢰는 피하고 자나 깨나 조심하자.

부다페스트, 헝가리

유럽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도시 파리, 런던, 로마는 이미 가봤다. 그렇다면 다음은 부다페스트 항공권을 알아볼 차례. 랜드마크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다 캐슬을 걸으면 그 시대로 회귀한 듯한 느낌이 든다. 여독을 달래 줄 온천, 대표적인 음식인 굴라시보다 더 맛있는 진미와 풍미 좋은 와인도 놓치지 말자. 유럽 여행 중 나라 사이를 오갈 때 짬을 내 방문하기에도 좋다.

모스타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90년대 초반 보스니아의 참화를 알고 있는가. 다행히도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그리고 세르비아 3국은 1995년 11월 21일 데이턴 협약을 맺어 25만 명이 희생된 이 분쟁을 종식했다. 총알이 박힌 벽면은 그때의 상흔을 보여주지만, 사람들의 활기찬 에너지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 도시는 새로운 옷을 입었다.

2020년은 데이턴 협약 25주년을 맞는 해다. 이 뜻깊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모스타르에 있는 스타리 모스트를 방문하자. 16세기 다리를 재건축한 스타리 모스트는 기독교 중심지역과 무슬림 중심지역을 연결하고 있다. 종교와 종교를 잇는 상징성을 곱씹어보고 석조 다리가 선사하는 정취를 가만히 즐겨보자.

골웨이, 아일랜드

아일랜드에 대해 빠삭한 사람들은 황홀한 경치를 뽐내는 웨스트 코스트로 향하기 전, 혼잡을 피해 더블린 공항 대신 섀넌에서 내린다. 여기서 꼭 들려야 하는 곳은 인구 8만 명도 안 되는 골웨이이다. 골웨이는 전통음악, 밝은색으로 수 놓인 상점과 주택, 마음 뺏겨 갈 길을 더디게 만드는 길거리 공연으로 유명하다. ‘2020 유럽문화의 수도’로 지명된 골웨이에 터를 잡고 사는 현지인들은 특별한 이벤트로 도시의 역사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으로 똘똘 뭉쳐있다. 

오클랜드, 캘리포니아주

LA는 사람들로 붐비고, 샌디에이고는 비싸고, 샌프란시스코는 노숙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에 이 세 도시 밖에 없는 건 아니지. 허름한 동네가 예술구로 바뀌고, 비어 있던 가게들을 힙한 식당으로 새로 단장한 오클랜드는 어떤가. 과거 투박한 도시의 모습은 잊자.

새롭게 리모델링한 오클랜드 박물관에는 컴퓨터부터 새의 알까지 다루지 않는 것이 없다. 전시회를 관람하고, 와인 시음회도 참여하고, 삼나무 사이를 거닐면 일정 순삭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Lois the Pie Queen과 Brown Sugar Kitchen에서 소울푸드도 꼭 챙겨 먹자. 

워싱턴 D.C.

올해 우리나라는 총선이 치러지고, 미국은 대선을 앞뒀다. 고로 민주주의의 본고장을 방문하기에 적절한 때다. 너무 억지처럼 들리는가. 하지만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인정한 미국 헌법 수정 제19조가 100주년이 되는 해라면 그 의미는 짙어진다.

때문에 도시에는 선거권 기념행사도 많이 열리겠지만 DC하면 관성처럼 따라오는 스미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 존 F. 케네디 센터, 스미소니안 국립 아프리칸 아메리칸 역사문화 박물관,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 국제 스파이 박물관, 조지타운, 그리고 매년 열리는 벚꽃 축제 등도 있으니 기대할 만하다. 

Edited by 정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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