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시가를 두고 ‘담배가 아닌, 문화를 태우는 것’이라고들 표현한다. 연초와 달리 시가는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도록 각별한 보관이 필수이고, 본연의 향을 해치지 않으려면 불을 붙이는 도구의 선별도 중요하며, 정확한 커팅과 충분한 토스팅도 필요하다. 시가를 태운다는 것은 이처럼 각고의 노력과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수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가볍지만은 않은 이 의미의 무게를 망각하는 사례들을 볼 때면 안타까움도 배가 된다. 그동안 ‘시가’가 아닌 ‘바’에 방점이 찍힌 채, 오로지 술을 즐기기 위한 보조재로 전락해버린 시가 바들을 우리는 숱하게 목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청담 레솔베르’는 그 무게 중심을 철저하게 ‘시가’에 싣고 있는 시가 라운지다.

샵과 바가 공존하는 정통 시가 라운지

분당에 ‘시가스토리’라는 간판을 걸고 시가 샵으로 시작한 이곳이 ‘레솔베르’라는 이름으로 청담동에 자리를 잡은 건 지난 2016년. 발렛파킹존을 지나 담벼락 안쪽에 위치한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마치 깊숙한 미궁 끝에 숨겨진 보물처럼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2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는 순간 가장 먼저 환영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유리창 너머로 엄청난 숫자의 시가가 마치 도열하듯 늘어선 거대한 워크인 휴미더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어야 맛있는 시가를 태울 수 있는데, 이 워크인 휴미더가 구비된 곳은 국내에서는 레솔베르가 유일하다.

그 앞에 자리한 쇼윈도에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커터, 토치 라이터, 휴대용 휴미더 같은 시가 액세서리와 툴이 존재감을 드러낸다.마치 입구에서부터 ‘시가를 즐기려면 제대로 각오하고 입장하라’고 엄포를 놓는 것 같지만, 중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매니저들은 대단히 젠틀하고 또 친절하다. 판매 공간을 지나 육중한 문을 하나 더 열고 들어가면 본격적인 레솔베르 라운지다.

담배가 아닌 하나의 문화, ‘시가’

이한 대표는 레솔베르를 “단순히 시가를 태우면서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닌, 시가가 가진 하나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멤버십으로 운영되던 이곳이 최근 일반 고객제도를 도입해 문을 개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레솔베르는 단순히 시가를 태우면서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닌, 시가가 가진 하나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곳이다.

엔트리 피는 1만 원이며 무료 음료가 한 잔 제공된다. 여기에 술을 마셔도 좋지만, 술 없이 오로지 시가만 태워도 좋다. 레솔베르 측도 온전히 시가를 즐기는 것을 더 추천하는 편이다. 이곳이 그저 시가도 맛볼 수 있는 ‘술집’이 아닌, ‘시가’에 더욱 힘을 싣는 라운지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 큐반 시가와 논-큐반 시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제품이 포진되어 있는데, 직원들의 추천을 참고하면 좋다.

모든 좌석에는 자기(瓷器) 재떨이와 토치 라이터가 세팅되어 있다. 자기그릇을 고집하는 이유는 시가를 태우다 재떨이에 그대로 두어도 그을림이 없어 청결하며, 클래식한 감성을 더해 시가를 태우는 행위에 한층 의미 부여도 된다. 또한 토치 라이터는 시가의 가장 편리한 토스팅 도구이면서 동시에 본연의 향도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보다 더 클래식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시가 전용 성냥도 판매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이를 이용하면 본연의 향에 깊고 우디한 맛이 배어 시가를 더욱 맛깔나게 즐길 수 있다.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시가를 경험해본 적이 없거나 초심자라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 매니저와 직원들로부터 눈높이에 맞춘 친절하고 세심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시가 선택의 가이드부터 향을 음미하는 여러 가지 방법은 물론, 커팅과 토스팅도 직접 해주기 때문에 부담 가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시가 입문을 위해 찾는 이들도 많은 편이라고.

반면 이미 시가를 충분히 즐기는 사람들에겐 이곳의 멤버십이 상당한 매력 포인트가 된다. 멤버십 회원에게는 다양한 금전적 특전과 함께 개인 캐비닛을 제공하는데, 이곳에 휴미더를 놓고 시가를 보관할 수 있다.

물론 대충 공간만 마련해주는 정도로 끝나진 않는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은 시가를 보관하는 최적의 조건. 직원들이 개인 캐비닛의 시가 보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같이 습도 체크를 해주는 것 또한 이 멤버십의 장점이다.

시가가 없어도 좋지만, 시가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물론 정통 시가 라운지를 표방하는 점이 레솔베르의 정체성이지만, 이 사실을 배재해도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짙은 어둠 속을 비추는 할로겐 램프의 불빛은 더없이 아늑하면서, 은은하게 퍼지는 시가의 연기와 타들어가는 불빛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벽면을 가득 메운 시가 박스들은 시가 바의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고풍스러운 멋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주류 구성이 소홀한 것도 아니다. 주력은 싱글몰트 위스키지만 그 외에도 많은 수의 꼬냑, 버번, 와인이 준비되어 있으며 맥주도 있다. 멤버십 회원의 경우 커피나 주스 같은 음료도 무제한 제공되는데, 커피의 퀄리티도 상당히 높아 만족감을 준다.

단 레솔베르는 어디까지나 시가에 더 힘을 싣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라운지의 분위기는 대부분 시가를 주로 태우면서 부수적으로 술을 즐기는 경향이 크다. 여타 술집처럼 언성을 높인다거나 재떨이에 침을 뱉는 행동들은 당연히 환영받기 힘들다.

이건 비단 이곳뿐 아니라 어딜 가더라도 기본 에티켓인 만큼, 최소한의 상식을 지키는 센스를 발휘하자. 또한 드레스 코드가 있으니 슬리퍼나 반바지, 등산복을 입고 갔다가 자칫 민망한 상황에 처하기 전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길 추천한다. 그렇다면 이 공간도 당신에게 좋은 기억으로 보답할 것이다. 영업시간은 평일과 토요일 기준 낮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7길 13-4
문의 02-3446-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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