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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인간을 다양한 세계로 안내하는 마법의 메신저다.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커뮤터, 하체 힘과 심폐 지구력을 단련하는 운동, 담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주는 익스트림 스포츠, 무료한 주말을 특별한 추억으로 바꿔주는 여가까지. 자전거는 라이더의 용도와 목적에 따라 언제든 모습을 바꿀 수 있는 팔색조 같은 매력이 있다.

그런데 선뜻 자전거에 입문하려다가도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부담스러운 옷과 장비들이다. ‘선수도 아닌데 굳이 저런 장비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 분명히 있다. 게다가 소위 ‘자덕’이 아닌 이상에야 라이더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버섯머리 헬멧에 오색빛깔 쫄쫄이를 입은 영락없는 파워레인저다. 쫄쫄이도 민망한데 거기에 잡다한 장비까지 몸에 두르고, 자전거에 붙이고 자시고 하려니 심리적·금전적으로 모두 짐이 된다.

도대체 라이더들은 왜 이토록 거추장스러운 옷과 장비를 챙기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제부터 아래의 글을 꼼꼼히 읽길 바란다. 라이딩에 필수, 혹은 큰 도움을 주는 장비들을 소개한다. 일단 이번에는 자전거보다 우리 몸에 두르는 녀석들을 먼저 꼽아봤다.

모든 휠 스포츠의 기본은 헬멧이다

헬멧은 바퀴 달린 어떠한 머신을 타더라도 항상 첫손에 오는 필수장비다. 사고 시 즉사의 위험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있는 부위가 머리이기 때문. 카 레이서들도, 모터사이클 라이더들도 모두 헬멧을 착용한다. 자전거 역시 마찬가지다. 헬멧 미착용으로 인한 사고가 증가하자 우리 정부도 지난해 9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해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를 시행했을 정도다.(다만 훈시규정이라 처벌은 없다.)

보통 자전거 헬멧이라고 하면 구멍이 송송 난 버섯머리 헬멧을 연상하기 십상. 하지만 최근의 헬멧은 제조사들의 노력으로 한층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갖게 됐다. 에어로다이나믹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돼 통풍도 잘 되고 무게도 가벼워졌다.

단, 헬멧은 일회용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또한 자전거의 장르에 따라 헬멧의 종류도 다양하게 나뉜다. 거친 산악을 달리는 MTB(산악자전거) 라이더들은 선바이저가 있고 후두부까지 보호 가능한 올마운틴용 헬멧, 더 나아가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다운힐용 풀페이스 헬멧을 쓴다. 반면 도심에서 가볍게 타고 싶은 사람들은 캡모자처럼 생긴 어반 헬멧을 써도 좋다. 부담이 적고 패셔너블한 감각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다.

단, 헬멧은 일회용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사고 시 머리로 가는 충격을 헬멧이 모두 흡수하는 구조이기 때문. 그 정도의 일을 겪고 나면 당연히 헬멧은 제 기능을 상실하니 무조건 새로 사야 한다. 뭐, 너무 아까워하진 말자. 목숨을 한번 살린 대가치고는 훌륭하지 않은가.

포춘쿠키, 쫄쫄이…그래도 눈 딱 감고 한 번만 입어보자

자전거 입문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의류다. 상체에 저지, 하체에 빕 혹은 숏을 입는 순간 ‘민망함’이 자동 탑재된다. 몸매에 자신 없는 사람들에겐 ‘창피함’이라는 옵션도 따라온다. 하지만 딱 한 번만 입어보면 최시원이 왜 ‘포춘쿠키’라는 별명까지 얻어가며 저지와 빕을 갖춰 입었는지 알게 된다.

저지를 입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땀 흡수다. 일반 셔츠와 달리 저지는 온몸에 강하고 고르게 밀착돼 구석구석의 땀을 모두 흡수한다. 배출과 증발도 빠르기 때문에 일반 셔츠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쾌적한 라이딩을 돕는다. 게다가 달릴 때 너풀거리는 일반 의류보다 바람 저항 면적도 적어 체력과 항속 모든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자전거 저지가 몸에 착 달라붙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저지를 입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땀 흡수다.

한편 의외의 사실도 있다. 하의인 빕은 사실 바지 형태가 아닌, 양어깨까지 스트랩이 올라오는 서스펜더 타이츠다.(물론 스트랩이 없는 숏도 있다.) 페달링으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하체에서 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이런 구조를 갖게 됐다. 타이츠의 사타구니에는 젤 타입의 패드가 붙어있어 안장으로 인한 통증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 물론 이걸 착용해도 안장통에서 완전 해방되진 않지만, 적어도 일반 바지보다 훨씬 편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가장 대중적인 사이클 의류에 한정 지은 이야기다. MTB 라이더용 저지는 또 다르다. 사이클 저지와 달리 핏이 크고 루즈하며, 바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잦은 낙차와 상처를 수반하는 산악 주행에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만약 사이클 저지가 부담스럽다면 MTB 저지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캐릭터 장비 창에 갑옷·투구 입혔으면 액세서리도 마저 끼워줘야지

고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방풍 기능이다. “자외선 차단 아니었어?”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자전거를 타다 보면 햇빛보다 바람이 더 성가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다운힐이나 산악 라이딩에서는 노면을 미리 읽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글로 바람을 차단하고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여름철 득시글거리는 벌레 떼로부터 안구를 지켜주는 역할은 보너스다.

장갑도 빼놓을 수 없다. 자전거를 탈 때 우리의 몸은 핸들을 잡는 손에 상당한 체중이 실린다. 여기에 지속적인 마찰까지 추가되면서 손에 누적되는 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얼핏 보면 없어도 될 장비 같지만, 라이딩이 장시간 이어질수록 장갑은 필수품이 된다.

클릿 슈즈의 진짜 목적은 자세 교정과 피로 방지에 있다.

마지막은 클릿 슈즈다. 사이클 전용 신발의 바닥에 부착돼 클립리스 페달(Clipless pedal)과 체결하는 부품인 클릿(Cleat)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발과 페달을 고정해 페달링을 ‘밟는’ 운동에서 ‘돌리는’ 운동으로 바꿔준다.

언뜻 보면 상승·하강 동작에 모두 힘을 전달하기 때문에 속도나 체력 보존이 목적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클릿 슈즈의 진짜 목적은 자세 교정과 피로 방지에 있다. 클릿이 페달의 정확한 위치에서 발이 이탈하지 않도록 고정하기 때문에 바른 자세로 효율적인 페달링을 돕는 것. 또한 발이 받는 부하도 고르게 분산되기 때문에 장거리 라이딩 시 통증도 덜하다. 다만 탈착이 익숙지 않은 초반에는 연습이 조금 필요하다. 이 역시 사이클용과 MTB으로 나뉘니 용도에 맞게 선택하자.

지금까지 구구절절 조언했지만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여전히 이 안전 장비와 의류가 부담스럽다면 접이식 미니벨로나 하이브리드 자전거에 평상복 입고 편하게 동네 마실 다녀도 된다. 어차피 자전거는 라이더의 용도와 목적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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